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고 위원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 내에서 정책성향이 불분명해 중도파 성향으로 분류됐지만, 이날은 '매파'(통화긴축 선호) 의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금통위에서 고 위원은 이일형 위원과 함께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냈다. 당시 금통위가 그 다음 달 금리를 인상했고, 이에 따라 금융시장이 고 위원의 견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는 신용증가가 일정 수준까지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임계치를 넘어서면 결국 성장에 해가 된다는 점에 대해 강조했다.
고 위원은 "2000년대 초 미국 닷컴버블 붕괴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며 "저금리 정책은 신용팽창으로 이어졌고 결국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의 붐이 조성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 위원은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그동안 세계가 겪은 많은 금융위기가 신용확대 때문에 촉발됐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안정이 바탕이 돼야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많은 연구가 강조하고 있다"며 "이런 과정에 통화정책이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클 것이므로 통화정책 수립 시에도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으로 미뤄 고 위원은 이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고 위원은 금융안정 외에 경기나 물가상승률도 간과해선 안 된다며 경제 여건 변화에 따른 신축적 통화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그는 "현행 통화정책 하에서 금융안정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물가안정 목표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며 "금융안정도 고려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통화정책은 어느 한쪽만을 고려해 결정할 수 없으며 실물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고려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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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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