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게 악화된 일본관계를 감안하면, 향후 사업 추진과정에서 일본이 방공식별구역 권한을 앞세워 생트집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단지의 플랫폼으로 활용될 석유공사의 '동해 가스전'이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울산시조차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해, 이를 둘러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5일 군 당국 등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02년 울산 앞바다 동남쪽 58km 지점에 설치한 동해-1 가스전 시추시설(플랫폼)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밖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위치해 있지만, 공중에는 일본의 치외법권이 미치고 있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이 국제법에 규정된 개념이 아니라 인접국가 사이에 상호 약속한 관습법 수준이지만, 일본이 이에 대한 철저한 약속 이행을 주장하고 나선다면 '에너지 안보'마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해상풍력 사업 준비단계부터 일일이 일본에 알려야 할 것인가를 놓고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10일 영국 신재생에너지 투자사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IG)은 울산 해안에서 동쪽으로 46㎞ 떨어진 해상에 부유식 라이다(LiDAR)를 설치했다. 해상풍력발전단지 현장에서 이뤄지는 구체적 첫 준비 절차인 이번 공사는 울산시와 한국석유공사가 지난 2018년 10월에 맺은 협약에 따른 것이다. 울산시의 승인을 받은 GIG는 동해 가스전 플랫폼에 풍황 계측을 위해 라이다(LiDAR)를 설치하고, 한국석유공사는 1년간 측정, 분석한 풍황 계측 자료를 울산시에 제공하게 된다.
당시 공사에는 울산시 또는 시공사가 일본에 설치 사실을 알렸을까. 울산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GIG에 문의해 본 결과, 일본에 알리지 않았다"며 "우리 해역(EEZ)인데 왜 일본에 알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동해 가스전에 물자를 헬기로 보낼 때, 일본 자위대에 이를 통보하고 있는 건 맞다"며 "이번 공사(사안)에 대해 어떻게 추진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울산시는 송철호 시장의 공약에 따라 '동해 가스전'을 플랫폼으로 삼아 민간 투자 방식으로 2022년 이후 원전 1기에 맞먹는 1GW급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에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사업으로, 송철호 시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울산을 향후 동북아 오일·가스중심(허브)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 1998년 가스 발견으로, 세계에서 95번째 산유국으로 기록할 수 있게 한 동해가스전은 2021년 연말께 고갈돼 제 기능을 멈추게 된다. 이곳에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면 생산한 전력을 모아 육상으로 보내는 일종의 해상변전소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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