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 '어닝쇼크' 예고…상반기 순익 40%↓

모건스탠리, 시티은행 주가 목표치 '하향조정'…'매도' 투자의견도

중국 최대 민영자동차기업 지리(吉利)자동차그룹이 중국 자동차 시장 침체 등에 따른 판매량 저조로 올 상반기 실적이 기대 수준을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전날 홍콩증권거래소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올 상반기 순익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40% 하락한 40억200만 위안(약 6858억원)에 그칠 것이라 공시했다. 지난해 상반기 지리자동차는 전년 동비 50% 이상 증가한 66억7000만 위안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이날 지리자동차가 함께 발표한 6월 신차 판매량도 실망스러웠다. 지리자동차는 6월 모두 9만800대 신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달과 비교하면 1% 늘어난 것이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약 29% 감소한 수치다. 이로써 올 상반기 지리자동차 신차 판매량은 65만1700대로, 올 한해 목표치 151만대의 43%를 채우는 데 그쳤다.

지리자동차는 중국 자동차 판매량이 전체적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하락세를 보인 데다가 그룹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딜러상 재고량을 줄이고 있다며 이것이 상반기 신차판매량이 목표치에 못 미친 이유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지리자동차는 하반기에도 중국 자동차 시장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올 한해 목표치를 151만대에서 10% 낮춘 136만대로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리자동차는 회사 전체적인 운영은 여전히 양호하며 재무상황도 안정적임을 강조했다.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

하지만 홍콩 증시에서 지리자동차 주가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지리자동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1% 하락한 12.16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주가는 지난 3거래일에 걸쳐 모두 12% 하락한 상태다. 9일엔 장중 최대 7% 이상까지 폭락했다. 

각 기관에서는 지리자동차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며 주식을 내다팔으라는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4일 시티은행은 지리자동차의 '황금시대'가 이미 막을 내렸다며 투자의견을 기존의 '중립'에서 '매각'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리고 목표가도 기존의 16.4홍콩달러에서 9.3홍콩달러로 43% 하향조정했다.  

8일 모건스탠리도 최신 보고서에서 목표가를 5홍콩달러로 제시, 기존의 8홍콩달러에서 37.5% 낮췄다. 기존의 '매각' 투자의견도 그대로 유지했다.  보고서는 지리자동차 판매량 성장세가 악화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 연구개발(R&D) 인력을 25% 삭감하면서 내년 신차 출시 모델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지리자동차가 사실상 비용절감 압박에 직면했다는 것. 그러면서 그동안 신차 판매로 수익성을 유지해 온 지리자동차로서는, 이번 비용 절감이 회사 장기적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올 상반기 지리자동차 순익이 약 3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 한 해 순익도 기존의 예상치에서 39% 줄인 70억 위안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년 대비 44% 감소한 수치다. 

1986년 중국 저장성에 설립된 중소 민영자동차 업체였던 지리자동차는 지난 2010년 스웨덴 자동차공룡 볼보 인수를 계기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말레이시아 국민차' 프로톤,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 등의 지분을 인수했다. 또 하늘을 나는 자동차, 즉 플라잉카 제조업체인 미국 실리콘밸리 자동차업체 테라퓨지아도 손에 넣었다.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전년 대비 50% 증가한 순익을 거두며 '질주'했지만 하반기부터 본격화 된 중국 자동차 시장 불황을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편 8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는 지난달 중국내 승용차 판매량이 18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 만에 반등한 것이다. 다만 이는 7월부터 시행되는 새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앞두고 각 업체들이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할인하면서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앞당겨서 발생한 '반짝' 효과로, 7월부터 다시 신차 판매량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중 무역전쟁, 경기둔화에 따른 내수 부진 등 여파로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6월부터 1년 가까이 감소세를 보여왔다.
 

[자료=홍콩 명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