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간 체감 간극 큰 공공기관 불공정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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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9-07-0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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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정부 합동 '공정경제 성과보고회의' 개최

  • 내년까지 790개 공공기관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예정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경제 성과보고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벌개혁과 갑질근절이라는 김상조식 공정경제를 토대로 '선(先) 공공기관 개혁·후(後) 민간 시장 개선'이라는 정부의 고육책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슈퍼갑(甲)으로 통하는 공공기관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엔 공감하더라도 현장에서 개선 과제가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뒤따른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정부 합동으로 열린 '공정경제 성과보고회의'에서는 그동안 성과를 낸 공정경제에서 힘을 얻어 공공기관의 자율적인 거래관행 개선을 유도하고 공정한 거래·상생 문화 확산 방안이 제시됐다.

당장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부산항만공사 △공영홈쇼핑 등 7개 공공기관이 시범적으로 불공정 거래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최저가 입찰을 개선하고 시설 공사를 부당하게 낙찰업체에 전가하는 행위도 방지한다는 것이다. 계약관계에서 갑 위치에 있는 공공기관이 스스로 불공정 거래 관행을 시정한다는 얘기다.

7개 공공기관 이외에도 전국에 분포돼 있는 790개 공공기관이 자발적인 불공정거래 개선을 하도록 오는 12월에는 공공기관의 공정문화 추진 성과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지표에 반영할 계획이다. 올해는 어렵더라도 내년까지는 790개 공공기관이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앨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음달에는 거래관행 개선실적을 동반성장 평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실질적인 개선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공정위의 직권조사도 뒤따른다.

앞서 지난 8일 사전 브리핑에 나선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전체적으로 공공기관을 제재하면 좋겠지만, 790개 공공기관까지 일일이 다 제재하는 게 쉽지 않다"며 "공공기관에서 자발적으로 개선하도록 하고 이를 민간까지 확산한다는 차원이며 이 과정에서 법 위반이 있다면 제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의 개선 방향에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건설업계도 즉각 화답하는 분위기다. 대한건설협회는 오는 15일 국회에서 공공건설 상생협력 선언식에 참여할 예정이다. 공공기관의 불공정 관행 개선 취지에 정치권도 힘을 쏟는다는 차원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장에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공공기관이 계약법 등 제도 안에서 저지른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현장에서 제대로 바로잡을 수 있을지 업계는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한 중견 건설업체 임원은 "공공기관의 갑질은 단순히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수십년간 이어져왔고 그 방법도 교묘해서 알고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하자 보수만 하더라도 법에 명시된 내용보다는 계약서 상의 내용이 중시되는 상황에서 자의적인 판단을 내려 업체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게 쉽게 사라질 수 있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발주처의 슈퍼갑 행위에 대해 업체가 느끼는 부담감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그동안 협회 차원에서도 공공기관의 갑질 근절에 대해 다양한 사안을 건의했지만, 제대로 반영이 안됐고 그런 부분이 지금까지 쌓여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공공기관 불공정 거래 관행 근절 노력이 건설업계가 갈증을 느끼는 발주물량 확보에 도움이 될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공공발주에 포함되는 다양한 사업분야 역시 여전히 정부 정책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데는 공공기관의 명목적인 예산 절감 정책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발주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예산 감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공공기관의 불공정 거래 관행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여기에 불공정 관행을 이어온 공공기관 구성원들이 스스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들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서 상에 표기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실무담당자의 신경을 건드리면 안된다"며 "인·허가에서 하자 보수까지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납품업체나 시공업체가 과도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도 개선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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