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 조치 이후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맞서고 있지만, 정작 국내 식품업계는 이익 추구에만 눈이 먼 모양새다.
제품 수입이나 합작법인 등 일본과 사업적으로 얽힌 회사들이 많은 데다, “어차피 살 사람은 산다”는 잇속 차리기 심리가 깔려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식품업계의 일본 의존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마약 사건’으로 논란이 큰 남양유업은 지난해 초 일본 전범기업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했다가 소비자 뭇매를 맞았다.
문제가 된 제품은 일본 모리나가제과의 ‘밀크 카라멜 우유’다. 모리나가 제과는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조사한 299개 전범기업 목록에 포함됐다.
남양유업과 GS리테일(GS25)이 생산 판매한 모리나가 밀크카라멜 우유는 일본어로 된 상표와 로고 등을 그대로 사용해 더 큰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해당 제품 판매와 생산이 중단됐다.
특히 GS25는 계속되는 일본 제품 불매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모리나가제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모리나가의 아이스크림 제품인 ‘밀크캐러멜 모나카’와 ‘말차캐러맬 모나카’를 국내 편의점 가운데 독점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앞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2017년 7월 일식 달걀 요리를 활용한 ‘타마고 브리오슈 샌드위치’를 신제품으로 내놓았다가 소비자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당시 계란 대신 굳이 타마고란 일본어를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뿌리만 국내에 두고 있을 뿐, 상품 개발은 아예 일본에 의지하는 식품기업도 있다.
해태제과는 일본 대형 제과 기업인 가루비(Calbee), 에자키 글리코사(Ezaki Glico)와 각각 손잡고 합작회사 ‘해태가루비’, ‘글리코해태’를 세웠다. ‘오사쯔(일본어로 고구마를 뜻하는 단어를 변형)’와 ‘가루비’ 감자칩, 초코 막대 과자 ‘포키’ 등이 이들 합작사를 통해 들여오거나 개발한 제품들이다.
해태제과는 일본제과 회사에 해마다 로열티도 지급하고 있다. ‘허니버터칩’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제품을 생산한 해태가루비, 판매를 맡은 해태제과는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015년 당시 해태가루비는 일본 가루비에 로열티로 3억56820만원을 지급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칠성음료 주류BG(이하 롯데주류)가 있지만, 굳이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일본 맥주를 들여오고 있다.
특히 아사히 맥주는 국내 판매중인 수입맥주 시장 중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롯데아사히주류는 롯데칠성음료가 50%,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50%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CEO도 정재학, 미야마 카요시씨가 공동 대표로 있다.
롯데아사히주류가 작년 벌어들인 매출은 1250억원, 영업이익은 110억원에 달한다. 아사히 맥주는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월등히 높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타격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푸드의 경우, 지난해 11월 22일 케어푸드 개발을 위해 일본 기업인 ‘뉴트리’, 미쓰이물산의 한국법인 ‘한국미쓰이물산’과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미쓰이물산이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강제징용에 나섰던 전범기업이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신세계푸드는 곧바로 3자 계약에서 미쓰이물산을 제외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가 아니고서야 일반 소비자들이 제품 뒷면에 작게 쓰여진 일본 제조원이나 판매자를 자세히 살펴보겠나 싶다”면서 “국내 기업이 만들었는데 재료만 일본산인 경우도 있고, 일본 제품이지만 라이센스를 받아 우리가 생산할 때도 있는데 소비자들이 불매를 선택 가능할 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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