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天界)와 연결된 서왕모의 궁전 왼쪽에는 요지(瑤池)라는 연못이, 오른쪽에는 취천(翠川), 곤륜산 밑에는 약수(弱水)라는 강이 흐르는데 항상 높은 파도가 쳐서 용 이외에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다. 서왕모가 관리하는 반도원(蟠桃園)이란 과수원에는 먹으면 불로장생할 수 있는 신비의 복숭아 반도(蟠桃)가 열린다. 반도는 꽃피는 데 천년, 열매 맺고 익는 데 각각 천년이 걸리는데 3천년 만에 반도가 익으면 서왕모는 모든 신선들을 초대해서 연회를 베풀고는 했다. 반도를 한 개 먹으면 3천 갑자(1갑자는 60년), 1만8천살까지 살 수 있는데 한무제의 부하였던 동방삭이 반도를 훔쳐 먹어 1만8천살을 살았다고 한다.
‘산해경(山海經)’에 서왕모는 여자 얼굴에 표범 꼬리와 호랑이 이빨을 가졌으며 산발한 머리에 보석비녀를 꽂은 기괴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으나 전한시대에는 아름다운 선녀로 바뀌고, 후한시대 도교의 성립과 함께 모든 신선들의 기록을 보관하고 반도를 관리하는 최고의 여신으로 자리잡게 된다. 각종 민화에 나타난 서왕모는 틀어올린 머리에 '화승(華勝)'이라는 관을 쓰고, 호화로운 비단옷과 봉황을 수놓은 가죽신을 신은 30세 정도의 절세미녀다.
중국의 산시성(山西省) 타이위안(太原)의 순양궁에 보존된 청대의 요지연도(瑤池宴圖) 병풍에는 봉황 수레를 타고 화려하게 강림하는 서왕모와 여러 신선들이 연회에 참가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고 조선시대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에도 서왕모의 복숭아잔치에 가는 신선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서유기(西遊記)’에도 반도연회에 초대받지 못한 손오공이 화가 나서 반도원을 망가뜨리며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의 ‘심청전’에도 서왕모가 등장한다. 심청은 원래 서왕모의 딸인데 옥황상제에게 복숭아를 바치러 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늦는 바람에 그 벌로 인간 세상에 태어났다고 한다.
‘한무내전(漢武內傳)’에 따르면 전한(前漢)의 무제(武帝 B.C. 156~B.C. 87)가 열심히 제사를 바치기에 서왕모는 많은 신선들을 이끌고 기원전 110년 7월 7일 무제의 궁전으로 내려갔다. 서왕모는 불로불사의 비법을 묻는 무제에게 "음란하고 잔학한 일을 일삼았기에 신선이 될 수는 없지만 살생을 멈추고 선도(仙道)를 열심히 수행하면 지선(하급 신선)에 이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큰 복숭아 네 개와 원시천존에게 받은 호부(護符: 부적)와 선도 수행에 관한 구전서(口傳書)를 주었는데 전쟁중에 구전서가 불타버려서 무제는 결국 70세 정도까지 살다가 죽었다고 한다. <논설고문 · 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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