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을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당위성은 이미 무르익은 상황이다.
지난 5월 상품수지는 2014년 1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600억 달러를 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며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에 나서며 하반기 경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차 뚜렷해져 한은의 선택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미·중 무역갈등과 글로벌 성장 둔화 등을 우려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이달 30~31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최대 0.50%포인트까지 인하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오는 1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입장이 (완화적으로) 돌아섰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연내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동결 가능성이 더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의견이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지난 5월 금통위에선 조동철 위원만 소수의견을 냈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이 먼저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이 이달 금리를 내린 후 한은이 따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금리인하를 단행하더라도 2분기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며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 여력을 고려하면 금리를 섣불리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다면 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소수의견이 추가로 나오고 수정경제전망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후, 이르면 다음달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췄는데, 오는 18일 최대 2.3%까지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초 기획재정부는 성장률전망치를 기존 2.6~2.7%에서 2.4~2.5%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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