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정헌법, 김정은 '국가수반'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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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7-1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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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2기 출범 맞춰 법적지위 국가수반 공식화

  • 군 통시권 명시하며 '무력총사령관' 새로운 호칭도

  •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전민과학기술인재화' 적시

  • 선군사상 등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표현 무더기 삭제


북한이 지난 4월 개정한 헌법에서 국무위원장의 지위에 대해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곧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4월 11일 제14기 1차 회의를 개최, 헌법을 개정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남쪽의 국회 격이다.

북한 대외선전매체인 내나라가 11일 공개한 개정 헌법 제100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 명시했다.

앞서 2016년 6월 개정 헌법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이다"라고만 명시됐고 "국가를 대표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헌법 개정 이전에는 1998년 9월 개정된 헌법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이었다.

이번 개정 헌법 또한 종전 헌법과 마찬가지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고 했다.

개정헌법이 국무위원장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모두 "국가를 대표한다"고 명시했지만, 김 위원장이 가진 국무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지도자인 반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신임장 및 소환장 접수라는 상징적인 외교업무 수행에 국한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북한은 김정은 2기 집권 출범에 맞춰 헌법 개정을 단행하고, 김 위원장의 법적 지위를 국가수반으로 공식화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사망 25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김 위원장의 군 통수권을 명시한 102조에는 '무력총사령관'이라는 새로운 호칭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개정 전의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 보다 좀 더 명확한 표현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의 지위를 정립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 헌법은 또한 김정은 정권의 사회·경제 개혁 노선을 대거 반영하고 의미도 구체화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도입한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33조)를 국가경제 관리의 기본 방식으로 제시하고, "실리를 보장하는 원칙을 확고히 견지한다"(32조)는 표현을 더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이 2013년 8월 25일 선군절 담화를 통해 제시한 '전민과학기술인재화'(40조) 구호도 헌법에 최초로 등장했다. '유능한 과학기술 인재'(46조) 육성과 '과학연구 부문에 대한 국가적 투자'(50조) 확대 등 목표가 추가됐다.

제27조는 "과학기술력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새롭게 정의하면서 "국가는 모든 경제활동에서 과학기술의 주도적 역할을 높이며 과학기술과 생산을 일체화해 경제건설을 다그쳐나간다"는 목표를 정립했다.

이는 김정은 정권의 제1의 국정 과제인 교육과 과학기술 발전 정책을 헌법에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대외무역 관련 국가의 역할과 목표 또한 더욱 정교해졌다. 제36조 "국가는 대외무역에서 신용을 지키고 무역구조를 개선한다'를 추가했다. 이전 헌법의 "대외무역을 발전시킨다"는 "대외경제 관계를 확대 발전시킨다"로 변경했다.

한편, 북한은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김일성·김정일을 우상화한 '민족의 태양' 등의 표현이 무더기로 삭제했다.

이는 북한이 최근 역대 최고지도자의 우상화 선전에서 '신격화'를 배제하는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 헌법은 총 171조로 2016년 6월 개정 헌법보다 한 개 조항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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