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1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바로 옆에 끼고 있는 울주군 서생면 일원에서 외곽으로 이어지는 '원전 전용 대피도로'가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는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현장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방재지휘센터만 그럴싸하게 만들겠다는 계획 자체가 전형적인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울산시는 지난 12일 '원자력 방재타운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울주군 삼남면 교동리 일대에 2020년부터 10년간 72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의 원자력방재타운을 조성키로 사실상 결론지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선 비상계획구역(30㎞)의 확대로 인해 울산지역 대부분이 해당 구역에 포함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능 방재능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용역을 맡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결론이었다.
이와 관련,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지난 4일 열린 시민토론회에서 '시민의 안전보다는 기업과 연구기관을 위한 내용'이라며 중간 용역보고서에 담긴 계획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지만, 용역업체는 최종 보고서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720억원 사업비 또한 40%는 국비, 7%는 입주 기업의 투자비로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로 다 확보될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울산시가 이같은 원전 안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면 '원전 대피도로'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울산시는 '원전 대피도로' 확보의 일환으로 지난 2004년 온양읍 발리에서 온양IC(부산울산고속도로) 구간(연장 7.5km)에 대한 '광3-8호선'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해 놓고도 1673억원에 달하는 건설비를 마련하지 못하는 '예산 타령' 속에 손을 놓고 있다.
현재 울주군 지역주민들을 위한 원전 전용 대피도로는 △국도 31호선 서생면~온산국가공단 도로 △용연공단전용도로 신일반산단~청량IC △부산~포항고속도로 등 3곳이 지정돼 있다. 그렇지만 이들 노선으로 통하는 연결도로망은 사실상 막혀 있어, 현재 지정돼 있는 '원전 전용 대피도로' 자체가 무용지물인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질적인 원전 대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생면 진하~온양읍 발리를 잇는 직선 도로 개설이 시급한 상태이지만 이 마저도 울산시의 도로정책 우선 순위에 밀려 있다.
환경운동연합 조사 결과 현재와 같은 도로 여건에서는 신고리 원전 반경 10㎞ 내에 있는 13만7000여 명을 방사선비상 계획구역인 30㎞ 밖으로 대피시키는 데 최대 5시간30분이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하릴없이 수많은 시민들이 도로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셈이다.
탈핵울산공동행동 관계자는 "울산시가 방사능방재 관련 우선 갖추어야 할 것은 방재물자와 구호소 확보, 전담 인력과 원전 전용 대피도로 등 실질적인 방재 인프라 확충"이라며 "기초자치단체 상황을 보면 더욱 심각한 상태에서 방재타운을 지어 이를 국내 최대 규모라며 관광 상품화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공개된 한국전력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고리·고리 원전에 후쿠시마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2492조원 이상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원전 지역별 사고 추정비용으로는 △울진 원전지역이 864조원 △영광 907조원 △월성 1419조원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원전의 중대사고 발생이 일본 후쿠시마보다 무서운 것은 반경 30km(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실제 거주하는 인구가 후쿠시마 14만명에 비해 부산 고리는 344만명으로 후쿠시마에 비해 24.5배나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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