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여왕’ 김아림이 10개월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고 활짝 웃었다. 대회 최종일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몰아친 역전 우승이었다. 전반에 3연속 버디, 후반에 5연속 버디를 잡으면 ‘우승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 법도 하다.
하지만 김아림은 “예상치 못한 우승이어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로 소감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잘라 말했다. 승부욕이 강한 김아림이 이 같이 밝힌 이유는 일종의 ‘자기 암시’이자 ‘멘탈 극복’을 위한 방법이다.
김아림은 14일 경기도 여주시 솔모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MY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만 9개를 몰아쳐 9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를 기록한 김아림은 2위 곽보미를 3타 차로 가볍게 따돌리고 시즌 첫 우승이자 투어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김아림은 지난해 OK정기예금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정상에 오른 뒤 10개월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우승상금 1억2000만원을 얹은 김아림은 시즌 상금 3억5500만원을 쌓아 이 부문 7위로 올라섰다.
김아림은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67야드를 넘긴 ‘장타여왕’이다. 압도적인 장타력을 갖춘 김아림은 아이언 샷의 정확도와 그린 주변 쇼트게임만 궁합이 맞으면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로 손꼽힌다. 지난해 첫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김아림이 이듬해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김아림은 지난해 하반기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고, 올해 상반기 마지막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김아림은 웃음이 참 많은 선수다. 좋은 샷이 나왔을 때 ‘배꼽 인사’는 어느새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좋지 않은 샷이 나와도 웬만해선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김아림의 미소는 사실 노력의 산물이다.
김아림에게 골프란 ‘즐거움’이다. “골프를 하면서 화도 내고 짜증도 내고 다 해봤는데 웃는 게 가장 좋더라. 최대한 웃어서 털어내는 것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웃으려고 노력한다.” 김아림이 웃기 시작한 이유다.
김아림은 스스로 최대 장점을 ‘잊기’라고 강조한다. 김아림의 ‘잊기’ 울타리에는 미스 샷에 대한 것만 포함되지 않는다. 우승과 타이틀, 버디 등 모든 순간들이 그의 머릿속을 빠르게 빠져나간다. 김아림은 “매 경기할 때 우승이라는 생각을 머리에서 지우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성격상 우승을 쫓게 되면 할 수 있는 것도 못하게 돼 최대한 결과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승부욕이 강해서 우승을 쫓다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아림이 올 시즌 스스로 만족하는 부분은 샷의 발전이다. 그는 “작년 시즌이 끝난 기준으로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성장했다. 내 기준으로는 흡족하다”며 “드로우와 페이드 샷 등 구질을 모두 구사하게 돼 코스 메이킹을 할 수 있게 됐다. 작년에는 이 대회 코스에서 답답함을 느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아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적에 대한 목표를 두지 않는 김아림이 그리는 올해 밑그림은 샷이다. 김아림은 “올해 목표는 샷에 대해 갖고 있는 게 있는데, 웨지 플레이가 더 예리해졌으면 좋겠고 드라이브 샷도 다양한 구질을 정확하게 구사하고 싶다”며 “항상 상위권에 있는 선수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김아림은 우승과 함께 동료들의 강렬한 물세례를 받았다. 그동안 우승한 동료들에게 달려가 누구보다 격렬하게 축하 세리머니를 해준 덕분이었다. 김아림은 “내가 장난을 심하게 쳐서 더 세게 물세례를 받은 것 같다. 심지어 탄산수를 들고 온 것을 보고 무서웠다”며 흠뻑 젖은 채 웃음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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