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국민당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한 시장이 국민당 대선후보 경선(여론조사)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44.8%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양자대결 상대였던 궈 전 회장(27.7%)을 17%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따돌렸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일주일간 대만 주민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국민당은 오는 17일 당중앙상임위원회와 28일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최종 확정하지만 여론조사가 사실상 최종 관문이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과 달리 한 시장은 노골적인 친중파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해온 그는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 대만정책 총괄 사령탑인 류제이(劉結一) 국무원 대만판공실 주임과 만나 '92공식(九二共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92공식은 중국과 대만이 지난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해석에 따라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대만은 중화민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합의한 것을 말한다.
한 시장은 심지어 과거 대만 독립에 대해 "'매독'보다 무섭다"고까지 했다. 반면 차이 총통은 집권기간 내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 시장은 사실 1년 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보잘것없는 정치인이었다. 지난해 11월에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만 전역에 ‘한류(韓流·한궈위 열풍)'를 일으키며 ‘정치스타’로 떠올랐다. 20년간 '민진당 표밭'이었던 대만 2대 도시 가오슝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대머리'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그는 직설적이고 솔직한 성격, 기존 정치인과 달리 정쟁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하고 서민적인 모습으로 유권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한류'는 전체 국민당 지지율까지 끌어올리며 차이 총통이 이끄는 민진당에 뼈 아픈 패배를 안겼다.
최근 홍콩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로 대만 내 반중 정서가 고조되며 한 시장 지지율이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120만명에 달하는 두터운 팬층의 열성적 지지가 그를 국민당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게 도왔다고 대만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민진당 경선을 통해 이미 대선주자로 확정됐다. 최근 번진 반중 정서에 힘입어 지지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대만 총통 선거는 내년 1월 11일 치른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국의 ‘역린’인 대만과 관계 강화에 나서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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