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 규제, 아시아나 매각 흥행에도 찬물... 애경 등 ‘다크호스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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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07-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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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 캐시카우 SK하이닉스 반도체 불확실성 커져

  • 롯데, 불매운동 등 여론 부정적... 한화·CJ도 어려울 듯

일본의 수출 규제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흥행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SK, 롯데 등 당초 인수 후보로 유력하게 꼽히던 대기업들은 수출 규제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쉽게 도전장을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애경그룹, SM상선 등 제2의 인수 후보 라인을 형성하던 기업들이 ‘다크호스’로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는 후보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주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위한 입찰 공고가 나온다. 이후 투자의향서 접수(예비입찰)가 시작되면 베일에 쌓여있던 인수 후보자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아시아나의 매각이 공식화된 지난 4월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SK, 한화, 롯데, CJ 등의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당시 인수 후보로 꼽힌 각사 주요 관계자들은 잇따른 공개 석상에서 “가능성이 없다”며 손사래를 친 바 있다.

특히 최근 붉어진 일본 수출 규제 사태가 아시아나 매각전에서 이들의 입지를 축소하고 있다. SK의 경우 주요 캐쉬카우(현금창출원)였던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에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생산에 차질까지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으로서는 당분간 일본 수출 규제 사태의 해결에 전사적인 힘을 모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분석한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6조4292억원, 영업이익 744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무려 86.7% 하락한 수치다.

또 다른 큰 손으로 여겨졌던 롯데는 인수 의향을 밝히더라도 여론이 곱지않은 상황이다. 현재 일본산 불매운동으로 롯데가 주요 타깃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일본 주주를 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지주와 함께 그룹 지배구조 또 다른 축인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1%), 일본 L투자회사(72.7%)다.

실제 롯데의 시가총액이 이달 들어 1조4000억원가량 사라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의 상장사 10곳(지주사 제외) 가운데 시총 규모 두 번째인 롯데쇼핑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 기준 14만4000원으로 이달 들어 1만7500원(15.4%) 떨어졌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롯데칠성은 같은 기간 15만4000원으로 전월 대비 1만7500원(9.4%) 급락했다. 롯데관광개발,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화와 CJ 등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쉽게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부정은 하고 있지만 실제 매각 절차가 공식화되면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출의 주력이었던 반도체 부문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최대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 아시아나 인수전에 쉽게 나설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누구보다 적극적인 애경그룹
이에 따라 애경그룹 등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는 기업들이 다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금력이 앞서 언급된 대기업들보다 떨어지지만 의욕과 명분을 갖춘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아나 인수전에 공식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애경그룹의 경우 최근 인수가격과 사업 타당성에 대한 세부사항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국내 3위의 항공사 제주항공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유동성 자산은 1조3067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114억원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제주항공과 시너지를 고려해 인수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SM상선, 호반건설 등 호남에 연고를 둔 기업들도 이번 인수전에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호남의 대표기업인 만큼 지역 기업의 인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SM상선은 SM그룹이 2016년 한진해운 미주‧아주 노선을 인수해 출범한 회사로 최근 가파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42개 계열사를 거느린 호반건설그룹의 자산규모는 8조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그룹과 호남에 연고를 둔 기업들은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재무적 투자자(FI)를 모집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만일 이들도 자금문제 등으로 빠질 경우 1차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나가 이달 매각공고에 들어가면 내달 말이나 9월 초 쇼트 리스트가 확정돼 본격적인 실사가 시작된다. 이를 바탕으로 10~11월 전 본입찰에 들어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12월 주식매매계약 체결로 매각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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