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관련된 중요 경제범죄는 검경수사권 조정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분야로 앞으로도 검찰이 1차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검찰이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검찰과 재계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검찰에는 굵직한 기업관련 사건이 여러 건 걸려있다.
국정농단 사건과 BBK 소송비용 대납,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노조파괴 공작 등으로 검찰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삼성그룹을 제외하더라도 ‘인보사’ 허가관련 조작의혹과 차명주식 사건이 걸린 코오롱 이웅열 회장, 변호사 비용 회삿돈 대납의혹 등으로 참여연대로부터 고발을 당한 조현준 효성 회장, 개인회사에 브랜드 수수료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대림그룹 이해욱 회장 사건 등이 검찰수사를 기다리고 있다.
SK그룹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수사가 사실상 예정돼 있다.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두 가지 물질의 제조사가 SK인데도, 판매사들만 줄줄이 심판대에 올랐을 뿐 SK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았다.
이밖에 KT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채용비리 의혹, 현대-기아차의 엔진결함 은폐의혹, 포스코 부당노동행위 의혹, 호반건설의 편법 경영권 승계의혹 등 고소고발 사건들도 검찰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로서는 수사를 안할래야 안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모 기업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전 대검 중수부장)과 함께 윤 총장은 오래 전부터 ‘재계 저승사자’로 불렸다”면서 “윤 총장이 해야 할 일을 대충처리하는 캐릭터도 아닌 만큼 기업들마다 ‘곡소리’ 들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윤석열 총장은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에서 이미 한 차례 ‘강골’임을 입증한 바 있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요구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하는 배수의 진을 친 일은 유명한 일화다.
기업들이 임명 전부터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국내 10대 대기업 중 6곳이 중앙지검의 수사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관계자는 “가정을 전제로 답할 수는 없다”면서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부당하거나 과도한 수사로 기업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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