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재개를 앞둔 미·중 간 '샅바 싸움'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미국은 중국에 농산물 구매 확대를 압박하는 등 기선 제압에 주력하고 있다. 27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도 겉으로는 자신감을 피력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이 때문에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더라도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16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네이멍구자치구를 시찰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민족 간 단결과 화합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날 한족과 몽골족, 만주족 등 3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한 산촌 농가 가정을 방문한 시 주석은 "민족 단결의 가정"이라며 "민족 자치의 목적은 단결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각 민족은 함께 중화 민족의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마치 석류씨처럼 서로를 꼭 껴안자"고 촉구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악재에 맞서기 위한 내부 결속을 독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당면 과제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이다. 지난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일본 오사카에서 만나 무역전쟁 휴전과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후속 협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대중 공세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예전에 그(시 주석)가 좋은 친구라고 말하곤 했지만 우리는 아마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닌 것 같다"고 언급했다.
오사카 담판 당시 중국이 약속했던 미국산 농산물 구매가 지연되는 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재선 가도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층인 팜 벨트(Farm Belt·중서부 농업지대) 유권자에게 건넬 선물이 절실하다.
중국의 경제 둔화도 자신의 관세 부과 덕분이라며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기선 제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27년 만에 가장 느리다. 미국의 관세가 중국을 떠나 비관세 국가로 가고자 하는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자화자찬했다.
전날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2%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2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로는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를 통해 던진 발언이다.
이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미국의 관세가 중국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트럼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무역전쟁이 빨리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워싱턴의 조급함"이라고 평가 절하하며 "중국의 성장률은 미국의 두 배에 가까운데 이를 조롱하는 건 어떤 자신감에 근거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중국 스스로는 경제적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마오성융(毛盛勇)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성장률은 세계 주요 경제권 중에서도 여전히 상위권"이라며 "고용과 물가, 소득 등의 지표를 종합하면 적정 구간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역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화웨이 제재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역공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는 파국을 막기 위해 휴전에 합의했지만 후속 협상에서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이번 주 중국 측과 또 다른 주요급 통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9일에도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등과 통화를 한 바 있다.
핵심 의제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대면 협상 일정을 잡는 데 여전히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돼도 조기에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의 압박에 중국이 맞대응하는 등 현재의 상황은 오사카 담판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며 "협상에 돌입해도 이견을 좁히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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