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개봉한 디즈니의 야심작 '라이온 킹'(감독 존 파브로)은 밀림의 왕자로 태어나 아버지의 죽음을 겪고 추방되었다가 다시 왕으로 귀환하는 사자 '심바'의 모험을 다룬 작품이다.
1994년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은 개봉 당시 약 1조1387억원의 수익을 올렸고 제67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과 음악상, 제52회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과 작품상 등을 싹쓸이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작품도 '라이온 킹'으로 손꼽힌다.
그런 이유로 디즈니는 '라이온 킹' 제작에 더욱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 디즈니는 고심 끝에 2016년 '정글북'으로 CG(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존 파브로 감독에게 작품을 맡겼고, CG, VFX(시각특수효과), VR(가상현실) 등 디즈니가 가진 기술력을 총망라해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자 했다.
앞서 파브르 감독은 영화 '정글북'을 통해 CG 애니메이션을 경험했다. 늑대에게 키워진 '인간의 아이' 모글리와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CG 애니메이션이 얼마만큼 관객을 동요하게 하고 또 설득할 수 있는지 보여줬던 작품이다. 그러나 '라이온 킹'은 '정글북'과 또 다른 점이 있었다. '정글북'이 모글리를 연기한 닐 세티 분량을 블루 스크린 앞에서 찍고 정글과 동물을 후반 작업화했다면 '라이온 킹'은 처음부터 끝까지 CG와 VFX로 작업해야한다는 점이었다.
감히 말하건대 이는 실사화의 정점이다. '라이온 킹' 오프닝 시퀀스이자 많은 팬이 좋아하는 OST 명장면 '서클 오브 라이프(Circle Of Life)'는 또 한 번 관객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드 랜드의 전경과 그 위로 해가 떠오르는 장면, 심바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드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벅찬 감격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는 반응은 관객의 호오(好惡)를 가르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사 표현에 주력하다 보니 위화감을 준다는 반응 또한 적지 않다. 영화 관계자와 평론가 사이에서도 "진짜보다 더 진짜 같다", "너무 사실적이라서 몰입감이 떨어진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이들은 "능청스러운 스카의 표정, 장난스러운 심바의 표정, 따듯하고 온화한 무파사의 표정 등 인간적인 동물들의 표정이 없고 너무도 진짜 같은 동물들만 남아 있는데 이들이 '인간의 언어'를 쓰고 있으니 위화감이 든다"고 평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외에도 사실적인 표현에 주력하다 보니 애니메이션에서 본 판타지적인 묘사나 표현력이 배제돼 이따금 애니메이션에서 느낀 벅참보다 다소 감동이 떨어지는 장면이 있어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이 '동물'이 조금 더 가까이 느껴졌다면, 그건 목소리를 연기한 연기자들 덕이다. 도널드 글로버, 비욘세, 알프레 우다드, 치웨텔 에지오포, 제임스 얼 존스, 세스 로건 등 '드림 팀'을 꾸려 훌륭한 목소리 연기를 해냈다. 사자 역할을 연기하는 주요 배역들이 모두 아프리카계 배우들로 캐스팅돼 '블랙팬서'가 아닌 '블랙 필름'이라는 수식을 달게 되었다는 건 비하인드 스토리.
파브로 감독은 녹음실이 아닌 '블랙박스 시어터'라는 검은 상자를 만들어 배우들을 초대하고, 상대 배우와 실제로 연기하도록 주문했다. 이 검은 상자 안에서 배우들이 펼친 연기와 즉흥연기 등은 숨겨두었던 카메라와 녹음장비로 기록해 나중에는 애니메이터와 VFX 아티스트들이 후반 작업을 하는 자료로 썼다고 한다.
디즈니의 야심만큼이나 영화 팬들의 기대 또한 최고치에 도달했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미 사전 예매 예매량만 20만장 돌파했고 예매 점유율 약 60%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한민국 대표 주요 극장 예매 사이트에서 일제히 평균 55% 이상의 예매율을 자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라이온 킹'이 지난 14일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알라딘'에 이어 또 한 번 디즈니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포효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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