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오 회장은 17일(현지시간) 본인 링크드인 계정에 '패러다임 시프트(전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영어로 6000단어에 이르는 장문의 글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지속된 저금리·양적완화의 시대가 끝나가고,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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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공동 회장이 17일(현지시간) 링크드인 계정에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사진=레이 달리오 링크드인 계정 캡처]
그는 "이런 자산은 실제 투자 수익이 좋은 투자처가 될 것 같지 않다"며 "최고의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것들은 돈 가치가 절하되고 국내외 분쟁이 심각할 때 성과를 내는 금 같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 포트폴리오에 금을 더하는 걸 고려하는 게 리스크(위험)를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썼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달리오의 글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2주 앞두고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오는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0.25% 포인트 낮출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뒤집는 것이 된다.
달리오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계기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봤다.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금융위기에 맞서 초저금리 기조 아래 시중 자산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로 경기를 부양했다. 그 사이 미국 뉴욕증시는 역대 최장기 강세장을 뽐냈고, 기업과 정부의 부채도 급증했다.
달리오는 상황이 이런 만큼 중앙은행들이 채권자보다는 채무자를 도와야 할 게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접고 금리인하 기조로 돌아서려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등 기존 패러다임의 통화완화정책 효과가 줄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달리오는 이런 이유로 중앙은행들이 결국 채무를 화폐화(monetization)하고 통화가치를 절하할 것이라며, 돈의 가치와 채권자의 실질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채무의 화폐화는 돈을 찍어 채권을 사들이는 걸 말한다. 돈을 푸는 만큼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
인플레이션으로 돈값이 떨어지면, 채무자의 부담은 줄지만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수익이 줄게 된다. 채권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반면 '불변의 가치'를 자랑하는 금은 몸값이 뛴다. 달리오는 이런 상황에서 현금과 채권을 모아두는 건 더 이상 안전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패러다임 전환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며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정확한 시기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근월물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온스당 1424달러 선으로 1년 새 16%, 최근 한 달 동안은 6%가량 올랐다.
달리오가 설립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다. 운용자산이 약 1600억 달러에 이른다. 간판 펀드인 퓨어알파스트래티지는 1991년 출범 이후 연평균 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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