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이 20일 롯데 사장단 회의(VCM)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촬영=조아라 기자 abc@ajunews.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무려 5일에 걸쳐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 후, “어려운 환경이니 잘 해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예상과 달리 한·일 경제갈등 관련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 회의실에서 ‘2019 하반기 VCM’이 열렸다. 지난 16일 식품부터 시작해 유통·화학·호텔&서비스 등 4대 사업 부문(BU) 순서대로 회의를 했다. 이날은 각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는 통합 세션으로 진행했다.
올 하반기 VCM 통합세션에 참석한 계열사는 총 58개 사다. 각 사 대표와 경영 또는 기획마케팅 분야 실무 임원이 함께 참석해 100여명이 넘는 대인원이 모였다.
기존에 계열사 대표가 회장에게 일방향으로 보고를 하던 ‘사장단회의’ 방식을. 2018년부터 VCM으로 바꾸면서 참석 인원이 확대됐다고 롯데그룹은 설명했다. 상호 소통하고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실무임원 배석이 필수다.
회의 시작 1시간 전부터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정재학 롯데아사히주류 대표,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 강희태 롯데백화점 대표,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 김창권 롯데카드 대표, 선우영 롭스 대표 등 계열사 대표들이 줄이어 출근을 시작했다.
특히 매각을 결정한 롯데 카드·손보·캐피탈·마이비/이비 등 금융부문 4개사와 롯데그룹의 창업투자 전문회사 액셀러레이터는 이날 마지막 회의에만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다른 계열사들과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룹 내 모든 영역을 알아야 하는 미래전략연구소와 인재개발원은 5일 내내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
지난 4일간 부문별 회의에서 계열사별 수익 개선 방안 발표 등이 이뤄졌다면, 이날은 사업별 전략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총평하는 자리로 구성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 온라인 유통 강화, 사드 보복 이후 해외시장 공략 복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식품BU 소속 롯데푸드의 경우 가정간편식(HMR) 사업 활성화 방안 등을 중점으로 발표했다.
이날 오후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은 VCM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어려운 환경이니 잘 해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전했다.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한 얘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사장단 회의에서 ‘그런 걸’ 언급하면 안된다”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이 있는 계열사 대표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해명하거나 단호하게 답했다.
한국 유니클로 운영사인 롯데그룹 계열 에프알엘(FRL)코리아의 배우진 대표는 “최근에 한 대국민 사과에 대해 반쪽짜리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논란으로 부족한 부분을 느끼고 있다. 추가 검토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환 롯데칠성음료 주류BG(Business Group, 이하 롯데주류) 대표는 롯데주류가 판매 중인 맥주 ‘클라우드’와 ‘피츠’ 등은 최근 한일관계 경색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오전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회의는 오후 12시를 훌쩍 넘겨서야 끝이 났다.
회의에 참석한 100 여명의 롯데그룹 사장단은 롯데월드타워 지하 1층 구내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 식사를 하며 친목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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