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안방'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외국인은 주가지수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딱 닷새만 0.3% 넘게 상승했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만 그렇게 올랐다. 경기나 실적 전망은 무색해졌다. 외국인만 바라보면 그만이다. 우리나라가 주식시장을 개방한 1992년 이래 해마다 되풀이돼온 현상이다. 외국인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이달 들어 38%를 넘어섰다. 13년 만이다. 비율은 연초만 해도 36%에 한참 못 미쳤었다.
일본도 외국인 비율 올리기에 한몫했다. 이달부터 일본은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를 틀어막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이런 악재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액 가운데 90% 이상이 두 종목에 집중됐다. 돈으로는 1조원이 넘었다. 외국인은 악재에 아랑곳없이 메모리 공급과잉 해소와 가격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 갈등이 길어지지 않을 거라는 계산도 깔렸을 수 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도 타격을 준다.
우리 주식시장에도 '큰손'으로 불리는 기관 투자자 국민연금이 있다. 그냥 '개미'부터 '슈퍼 개미'까지 개인 투자자도 많다. 그래도 외국인에 비하면 총알이 부족하다. 이달만 보아도 코스피는 기관만 사거나, 개인만 사거나, 둘만 사서는 오르지 않았다. 반대로 외국인만 사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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