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식시장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종목은 반도체 소재와 장비다. 수출 규제로 위협하는 일본에도 아랑곳없다. 도리어 반사이익을 누릴 거라는 기대감에 시세를 분출하고 있다.
◆일본 덕(?)에 속출하는 52주 신고가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를 만드는 솔브레인 주가는 7월 들어 이날까지 4만7250원에서 7만원으로 48.15% 상승했다. 거래대금 증가율은 훨씬 높다. 하루 평균 거래액은 같은 기간 666억원으로 한 달 전(17억원)보다 3800% 넘게 늘었다. 솔브레인 주가는 이날 한때 52주 최고가인 8만3100원까지 뛰었다.
동진쎄미켐 주가도 7월 들어 1만50원에서 1만4750원으로 46.77% 상승했다. 이달 16일에는 주가가 1만880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새로 썼다. SK머티리얼즈(20.73%)와 원익머티리얼즈(25.43%), 오션브릿지(10.73%) 주가도 이달 들어 나란히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세 종목 가운데 SK머티리얼즈 주가는 이날 한때 19만8800원까지 올라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큰 타격을 받을 거라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오름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7월 들어 저마다 1%와 13%가량 상승했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1조1618억원과 4712억원, 모두 1조6330억원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운 날은 하루도 없었다. 반대로 개인과 기관은 두 주식을 저마다 1조4892억원과 1044억원 순매도했다.
일본이 수출 규제 품목을 늘릴 가능성에도 주식 투자자는 아랑곳없다. 이런 품목과 관련돼 있는 종목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주다. 관련주 시세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서암기계공업(37.21%)과 일지테크(25.08%), 코오롱플라스틱(21.86%), 디에스티(12.79%), 삼익THK(11.57%) 순으로 많이 올랐다. 화천기계(8.01%)와 화천기공(2.20%), 맥스로텍(1.42%) 주가도 뛰었다.
◆"산업 소재·장비 국산화하는 계기"
일본 정부는 이달부터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플루오린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런 일본을 경계하는 동시에 메모리 공급과잉 해소와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도 한다. 한·일 갈등이 길어지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도체 생산 차질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일본 정보기술(IT) 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산업 소재나 장비를 국산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며 "이르면 내년부터 일부 소재와 장비는 상업화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달 말쯤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할지 정할 것으로 보인다. 백색국가에서 빠지면 새로 1100여개 산업 소재와 부품이 규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마친 다음에도 외교적인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청구권협정 위반에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도 증권가에서는 한·일 두 나라가 결국 타협점을 찾을 거라고 점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국제 분업체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누가 더 타격을 받는다'는 식으로 싸우면 공멸한다"며 "그러기 전에 두 나라가 타협하거나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 반도체 기업이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국산화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소재업체가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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