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중국은 대세, 脫일본은 시기상조…대결 대신 협력 확대가 국익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운명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머리에 이고 살고 있다. 양국의 틈바구니에 부대끼어 때로는 득을 보기도 하지만 손해를 경우가 더 많다. 우리가 힘이 있거나 이들에 대한 경계를 철저히 할 때는 평온이 확보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항상 불편했다. 시진핑 주석이 한반도는 중국의 일부라고 폄하할 정도로 중국의 무시는 아직도 계속된다. 일본은 과거나 지금도 일관되게 한국을 자기들보다 한참 뒤처진 이류 국가로 치부한다. 그나마 지난 30년 동안 한국이 절치부심, 허리띠를 졸라매고 글로벌 무대에 맹렬하게 진군하면서 축적된 내부적 자신감은 역사상 유래 없는 쾌거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효율적인 레버리지 역할과 이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위치까지 존재감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국과 일본이 우리를 다시 경시하고 거침없는 공세를 가하고 있는 판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위상이 과거와 같지 않으며 존재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잘 나가던 시기에 기고만장하여 이들을 도로 무시하고, 마치 홀로서기가 가능한 것처럼 너무 설쳐댔다. 돌이켜보면 자업자득이다.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에는 현실적으로 크게 변화가 없다. 중국 시장이 막히면 수출이 휘청거리고, 일본산 핵심 소재·부품이 조달되지 않으면 제조업이 거의 마비되는 구조적 결함이 여전히 진행 중임이 입증되고 있다. 위안거리라면 일방적 손해만 보는 것이 아니고 상대에게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숙제로 남아 있다. 대부분 우리 제조업이 필요로 하고 있는 소재·부품, 그리고 장비들이다. 주력산업일수록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크고, 조달 루트에 이상이 생기면 공장이 바로 멈춰 설 정도로 심각하다. 그렇다고 국산화 혹은 수입선 다변화 노력을 게을리 한 것도 아니다. 기술 한계에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측면에서 이해를 공유해 오고 있다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 뒤늦게 문제가 된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외치고 있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내부의 정책 방향 혹은 시스템의 대대적인 수술과 일관성 확보가 되지 않으면 또 다른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

중국과는 1992년 국교 수립 이후 초기에는 대체생산기지라는 성격이 강했으나 2000년 이후부터는 시장으로서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중국(홍콩 포함)에 대한 수출 비중이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무려 35% 정도나 되니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시장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중국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중국과의 관계가 잘못될까봐 촉각을 세우며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중국 시장에 대한 평가나 관심에 반작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올 들어 큰 두 자리 수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감하면서 과거와 같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더 이상 중국 시장만 쳐다보고 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수출 시장 다변화가 살 길이라는 불길이 거세다.


한국 경제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는 중국보다 일본과의 협력 확대가 보다 바람직

분명한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의 벽이 만만치가 않다는 점이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로는 이러한 올가미에서 쉽게 헤어날 수 없다. 의지나 오기만으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다. 현실을 보다 냉정하게 평가하고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해진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미래 먹거리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조짐으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에도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판이다. 기회와 위기가 흡사 동전의 양면과 같이 우리를 자극시키기도 한다. ‘세계의 공장’이 중국에서 인도 혹은 동남아로 이전됨에 따라 새로운 시장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기술과 시장을 매개로 한 합종연횡이 줄을 잇고 있는 점이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강자들 간의 적과의 동침이 끊이지 않는다. 1990년 이후 일본은 소재·부품, 한국은 중간재, 중국은 완성품이라는 상호보완적 밸류 체인이 비교적 원만하게 유지되어 왔다. 그러나 중국이 중간재나 부품에 이르기까지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진입을 가시화함으로써 경쟁적 구조로 급변하는 추세다. 중국의 굴기(崛起)가 급기야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정세가 되고 있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 중 누가 우리에게 더 위협적인지는 선명하다. 한·일 간의 경제 분쟁은 결국 중국만 유리하게 할 뿐이다.

우리의 수출 주력시장이 시기에 따라 순위가 바뀌었던 것과 중국 시장에 대한 기울기는 시간이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도 ‘China+1'과 탈(脫)중국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당분간 수출 최대 시장 중국의 위치는 유지될 것이지만 수출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소재·부품의 국산화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양국 간의 분쟁이 지속될수록 일본보다 우리의 피해가 더 크며, 소재·부품보다 중간재에 대한 대체 공급업자가 글로벌하게 더 많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에서 한국의 지위가 상실될 수도 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일본과 대립하기보다 원상태로 빠르게 복원하는 것이 맞다. 그것이 국익이고 진정한 애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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