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경우 당장 다음 달부터 적용이다. 일본의 우방국 명단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사태가 8월부터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된다면 비(非) 전략물자 수출도 규제할 수 있는 캐치올(Catch all) 제도에 따라 식품과 목재를 뺀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일본은 지난 1일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고시했고 24일로 의견수렴을 끝낸다. 이후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을 내리면 사실상 법 개정을 위한 절차는 끝이 나고 다음 달 중하순부터 적용된다.
한국 정부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고 철회를 촉구하는 정부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고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에 한국 대표를 파견하는 등 개정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 정부 공식 의견서 제출 관련 브리핑을 열고 "한일 양국 간 경제협력 및 우호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사전 협의도 없이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근거 없는 수출 통제 강화조치는 즉시 원상 회복돼야 하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려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역시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성 장관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제 규범에 어긋난다"며 "글로벌 가치사슬과 자유무역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역 장벽을 감축하고 차별적 대우를 철폐하고자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며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한국기업은 물론, 일본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근시안적인 조치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사회 공조를 얻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24일(현지시간) 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일본 정부에는 규제 철회를 촉구했다.
김 실장은 "일본이 이미 3건의 조치만으로도 WTO 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더는 일본이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미국 측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부각할 계획"이라며 "경제통상 분야에서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 글로벌 경제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공감대가 형성되는 모습도 감지된다.
유 본부장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의 전자 업계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감안해 한일 양국이 조속히 동 문제를 해결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촉구하는 공동명의의 서한을 저와 일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 앞으로 발송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처럼 미국의 업계도 일본의 조치의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일본은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원상회복하고, 한국을 수출통제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일본이 한국의 백색 국가 제외를 강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차후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단 끝까지 최선을 다해 일본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그런데도 일본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유를 가지고 일방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한다면 거기에 맞춰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