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내정자는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를 탈퇴하는 이른 바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영국 브렉시트는 현실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향후 영국이 중국과 더 강력한 무역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존슨 내정자가 향후 영국 외교정책의 중심을 브렉시트에 둔다고 함으로써 그동안 EU나 미국의 대중 강경정책으로 골머리를 썩혔던 중국 지도부로서는 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존슨 내정자는 앞서 23일(현지시각) 총리 당선 연설에서도 유럽이 러시아·중국으로부터 직면한 지정학적 위협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영국 브렉시트를 현실화하겠다는 뜻을 강력히 내비쳤다. 그가 차기 외무부장관엔 도미니크 라브 전 브렉시트부 장관을 앉힐 것으로 보인다고 BBC방송은 앞서 보도했다.
존슨 내정자는 앞서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일대일로에 매우 열정적이다"며 "시진핑이 일대일로를 위해 뭘 하는지 매우 관심이 많다"고 했다.
2013년 런던 시장 신분으로 중국을 방문했을 때엔 런던의 유럽 최대 역외 위안화 허브 위치가 더 공고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2016년 영국 외무부 장관 재임 당시엔 "중국이 점점 더 중요한 협력파트너가 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만큼, 대외 경제의존도가 높은 영국으로선 중국과 경제무역 협력 관계를 더 강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이유다.
리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교수는 "브렉시트로 영국은 대외 경제무역관계를 넓힐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중국 등 주요 경제체제와 경제 무역협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이훙젠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중국과 영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은 현재 양국간 경제무역 협력에 있어서 정부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만약 영국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양국간 FTA 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영국이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다룰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류밍리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유럽연구소 부소장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미국·호주·뉴질랜드등 국가를 FTA 체결 우선대상으로 삼을 것"이며 중국은 아마도 1순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최근 전략적 우방국인 미국이 영국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 등 방면에서 영국에 압력을 넣고 있다며 이는 향후 중·영 경제무역관계 발전에 있어서 불확실성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영국이 전략적 동맹국인 미국과 경제협력 파트너인 중국 사이에서 실용주의 정책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과 영국은 오늘날 강력한 경제무역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영국 의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은 영국의 여섯 번째로 큰 수출국이자, 네 번째로 큰 수입국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영 양국간 교역액은 804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현재 영국에 진출한 중국기업은 500곳이 넘는다. 금융 방면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며, 최근엔 상하이와 런던 증권거래소를 연결하는 '후룬퉁'도 공식 출범했다.
런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 위제 선임연구원은 "영국은 미국과 중국과 외교관계에 있어서 신중한 노선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인 반면, 중국은 경제적 동반자일 뿐이라며 중국의 편을 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존슨 내정자가 비록 일대일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지만 일대일로 가입에 있어서도 손익 계산을 면밀히 따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홍콩이나 인권 등 방면에서 중국에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