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비행기를 이용해 가까운 제주도는 물론 멀리 해외까지 나가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다만 비행기 내에서 장시간 여행으로 인한 환경 변화로 건강에 이상 징후가 나타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실제 주요 항공사 통계에 의하면 심혈관질환, 신경질환, 폐질환이 비행기 긴급 착륙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비행기 탑승 시 주의해야할 건강 관리법 및 응급상황을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중앙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알아보겠습니다.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자는 휴대용 산소발생기 준비해야
우선 비행기 내부는 약 5~15% 정도의 낮은 습도로 인해 코와 후두의 보호 점막이 건조해져 세균의 침투에 취약해지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전염성이 높아져 감기나 호흡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또 고도 1만 미터의 기내에는 기압 감소로 인해 혈중 산소농도의 지표가 되는 산소분압(PaO2)이 비행 중에는 53∼64mmHg까지 낮아져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자의 경우 호흡곤란, 가슴통증 등을 겪을 수 있습니다.
신종욱 중앙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비행기 내에서의 호흡기질환 예방을 위해 충분한 수분 섭취와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비행 전후 손을 씻고, 기내에서 물이나 주스를 자주 마시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습니다.
신 교수는 “장거리 비행은 고도가 더욱 높아지고 필요 산소량이 많기 때문에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자가 비행기 탑승 시에는 휴대용 산소발생기(POC)를 준비하고 필요할 경우 항공기내 산소공급 장치를 사전에 신청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비행기 창 통해 들어오는 자외선 지상보다 강해 창 닫는 것이 좋아
기내의 압력과 건조한 공기로 인해 눈과 피부 점막도 건조해져 안구건조증 및 피부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비행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외선이 지상에 비해 훨씬 강해 장시간 노출 시 피부암 등 각종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로션이나 보습제, 자외선 차단제 등을 충분히 바르고 비행기 창은 가급적이면 닫고 콘택트렌즈 대신 안경을 착용하고 인공눈물을 자주 넣는 것이 좋습니다.
박귀영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낮은 습도와 온도는 피부장벽 기능을 떨어뜨리고 외부 자극과 알레르기 유발물질인 알러젠(allergen)에 대해 민감한 피부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습도가 낮은 비행기 내 환경 속에서 장거리 비행할 때는 순한 세정제와 보습제를 준비해 사용하는 것이 좋고 지나친 화장은 삼가는 것이 좋다”고 밝혔습니다.
◆혈액순환 위해 발목, 종아리 근육 스트레칭과 물 자주 마셔야
비행기가 지상에서 공중으로 높이 올라갈수록 산소량이 떨어지면서 피가 산소를 덜 흡수해 탑승객들이 졸리고 어지러우며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비행기 좌석에 다리를 구부린 채 오랜 시간 앉아 있게 되면 산소량이 부족한 가운데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피가 다리와 발에만 쏠려 다리가 붓고 저리게 됩니다.
조익성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습도와 기압 및 산소 농도가 낮은 기내에 장시간 앉아 있게 되면 골반의 정맥이 눌리게 되는데, 하지 정맥 혈관에서 혈액 일부가 굳어 혈전이 생겨 정맥 혈관을 막는 ‘심부정맥 혈전증’이 생길 수 있다”며 “이러한 하지 정맥의 혈전이 이동하여 폐동맥을 막을 경우 폐색전증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조 교수는 “6주 이내의 대퇴골 혹은 무릎 관절 수술 등 최근 큰 수술을 받았거나 이전에 심부정맥 혈전증이 있었던 환자 또는 암 환자, 임산부, 75세 이상의 고령자, 경구피임약 혹은 에스트로젠이 포함된 약제를 복용 중인 경우 및 비만, 유전성 혈전 성향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5시간 이상 장시간 비행기 탑승 시 복도 쪽 좌석에 앉아 1~2시간에 한 번씩 기내에서 일어나 걷거나 다리를 주무르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스트레칭과 맨손 체조 등을 반복하고, 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자극하며 혈액순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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