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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김경준 리맥스코리아 에이전트는 "최근 들어 확실히 (일본 부동산 투자) 수요자들이 주저하는 게 느껴진다"며 "현재 확산하고 있는 보이콧 움직임의 하나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외부동산투자자문업체 글로벌PMC 관계자도 "최근 일본 부동산 매입시기를 늦춘다든지, 현지 방문시기를 조정한다든지 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매입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부동산업의 해외투자 액수는 16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4% 늘었다. 2016년 3분기(24억3000만 달러) 이후 가장 많은 투자액이기도 하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에 경제성장률 둔화까지 이어지면서 현금 부자들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직접투자는 국내 법인은 물론 개인이 해외에 직접 투자한 금액을 말한다.
하지만 저금리와 높은 대출한도, 일자리 창출 및 해외 자본·인력 유입 등에 힘입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아베노믹스의 중추인 '엔저(엔화가치 하락)' 기조는 관광객 수를 크게 늘렸다. 2020년 열리는 도쿄올림픽도 호재 중 하나로 꼽혔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은 '현재진행형'이지만, 한·일관계에 변동이 생기며 투자수요는 주춤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지난 1일 한국을 수출허가 간소화 대상인 백색 국가, 즉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에선 일본 제품 불매 움직임이 들불처럼 일어났고 이 같은 움직임은 나날이 확산하는 추세다. 식품, 의류 등 저관여 제품뿐 아니라 부동산 등 고관여 제품에 대한 수요도 주춤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 부동산 투자 움직임이 둔해진 데 대해 애국심에 의한 보이콧은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일본 내 반한감정, 한국 내 반일감정으로 인해 내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보이콧 동참 차원인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이어 "해외 부동산 투자자들은 장기적 자산 운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여행을 한 번 안 가거나 물건을 한 번 안 쓰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일본 부동산 시장의 포화성을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 그러니까 2012년 이후 도쿄지역 맨션값이 60% 이상 올랐다"며 "일본 부동산 시장은 투자수익 측면에서 매력적이었다가 단기간에 급속히 오르며 현재는 진입하기 힘든 지점까지 왔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게 현재 나타나고 있는 수요 부진의 원인이란 분석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일본 부동산 시장에서 주로 관심을 보이는 물건은 '맨션' 등 주거상품이나 오피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상품을 매입해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식으로 접근한다. 도쿄 등 중심지 꼬마빌딩을 매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란 인식 때문에 문의가 많지는 않다는 전언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사모·공모펀드에 간접투자하기도 하지만, 이 같은 간접투자는 개인이 특정 기업의 유망성을 직접 따져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진입이 녹록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본 부동산 투자상품을 론칭하는 업체들도 수요자들 못지않게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안 부장은 "수요자들이 보이콧 차원에서 매입을 꺼리는 건 아니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마케팅에 대한 부담은 엄청나다"며 "(관련 업체들이) 론칭 시기를 조절하는 식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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