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000선도 위험… 실적 악화에 저평가 매력마저 잃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증권가에서 시장을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 실적이 분기마다 뒷걸음치는 바람에 저평가 매력마저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골칫거리인 미·중 무역분쟁에 한·일 갈등까지 겹쳤다. 곧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통화정책회의도 큰 변수다.

◆뚝뚝 떨어지는 주가지수 예상범위

29일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8월 코스피 예상범위는 1980~2100선이다. 주가지수가 2000선을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외국인이 매수우위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예상치 하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아직까지는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팔자'로 돌아서지 않았다. 이날도 코스피에서 600억원 남짓 팔아치우는 데 그쳤다. 7월 전체로는 여전히 1조94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고 있다.

그래도 갈수록 나빠지는 기업 실적이 문제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12개월 선행 기준으로 11배를 웃돌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PER이 높아질수록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평가 부담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코스피가 2000선을 밑돌 가능성을 빼놓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다.

상장법인 실적 전망치는 꾸준히 하향 조정돼 왔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코스피·코스닥 대형주 295곳은 올해 영업이익 141조659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를 제한하기 전인 6월 말(145조3218억원)보다 3조6619억원(2.52%) 줄었다. 295개사 가운데 57%에 가까운 168곳이 감소세를 보였다.

대형주가 영업이익 전망치 하락폭을 키웠다. 빅2 상장사인 삼성전자(-2.76%)와 SK하이닉스(-11.07%)가 나란히 뒷걸음칠 것으로 점쳐진다. 이경민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이 주식시장에서 강세를 유지해 왔지만, 실적 개선을 점칠 만한 근거는 아직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미·중 무역분쟁뿐 아니라 한·일 갈등도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이주열 총재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더 악화된다면 경제에 분명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매수 나서기에는 아직 일러

주가지수가 2000선을 밑돌면 저가매수에 나서라는 전문가도 많지 않다. 금세 실마리를 찾기 어렵기는 미·중 무역분쟁이나 한·일 갈등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이 '산 넘어 산'이라는 얘기다.

투자자도 관망세로 돌아서 움직이지 않는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4조3847억원에 머물고 있다. 2017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코스닥에서는 불안감이 더 커졌다.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해온 바이오주가 신뢰를 떨어뜨렸다. 코스닥 시총은 이달 들어 26일까지 20거래일 만에 236조4100억원에서 222조5300억원으로 5.87%(13조8800억원) 줄었다.

FOMC 통화정책회의가 8월 주가지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내린다면 얼마나 낮출지 점치기 어렵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까지 인하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며 "그에는 못 미치더라도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에 민감한 업종인 반도체도 기준금리 인하 수혜주로 거론돼 왔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줄어들 때까지는 보수적으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라며 "저가매수에 나서기에는 일러 보인다"고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