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국내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열기가 갈수록 거세다. 일본과 지분 관계로 얽혀 있는 롯데그룹, 그중에서도 롯데칠성음료의 계열사인 롯데아사히주류는 매출 하락 직격탄을 맞고 있다.
롯데그룹과 롯데아사히주류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29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롯데아사히주류 본사를 찾았다. 건물 1개 층을 임대해 사무실로 쓰고 있지만, 해당 층에는 회사명을 알리는 간판 등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이곳이 롯데아사히주류 사무실임을 알 수 있는 증표는 아사히 수퍼드라이 새 모델인 배우 조인성의 등신대가 유일했다.
롯데아사히주류 마케팅팀 관계자는 불매 운동을 막 시작한 이달 초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 외에 어떤 얘기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후 언론사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롯데지주도 불매 운동 관련해서는 우선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보자는데 가깝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회의)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관련)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즉답을 피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VCM 마지막 날 성장전략 방향으로 ‘공감(共感)’을 제시했다. 투자자와 소비자, 사회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공식 석상에서 일본 제품 불매 관련 여파를 언급하는 대신,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편을 간접적으로나마 제시한 것으로 읽힌다.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매출 1247억원, 영업이익 110억원, 순이익 65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하나만 보면 조 단위 연매출을 올리는 쇼핑이나 칠성 다른 계열사에 비해 아주 작은 편이다.
하지만 롯데아사히주류는 무인양품, 유니클로와 마찬가지로 ‘롯데는 일본기업’이란 해묵은 논란을 끄집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마트와 편의점, 호텔 미니바 등에 아사히맥주가 들어가는 등 계열사 간 거래가 많다는 점도 롯데그룹이 침묵을 지키게 된 요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황각규 부회장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관련한 대책에 대해 특별히 지시한 사항은 없다”면서도 “직원들 사기 문제도 있고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고려하고 있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관련해서는 ‘롯데’ 이름으로 해명이든 뭐든 할 수 있는 얘기가 없다. 다만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아사히를 포함한 일본 맥주를 주문하지 않고 있다. 재고가 충분하면 물건을 주문하지 않는 자동발주시스템이 작동해서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전체 맥주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1.4% 늘었다. 아사히와 기린, 삿포로 등 일본 맥주 매출만 32.0%나 빠졌다. 국산과 외산은 각각 4.1%, 1.2% 신장했다. 세븐일레븐은 다음 달부터 ‘4캔에 1만원’ 행사에서 일본산 맥주를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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