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대교 상단 아치부에 조성될 길이 500m 보행 전용교인 '백년다리'가 옛 정조 임금이 건너던 배다리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마치 한강을 떠 가는 듯한 기분이 드는 다리로 설계된다. 또 단순히 지나는 다리만이 아닌 시민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각종 편의 시설을 함께 조성한다. 백년다리는 2021년 개통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강대교 백년다리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으로 국내 건축사인 권순엽 에스오에이피(SOAP) 대표의 설계안 '투영된 풍경'이 최종 선정됐다고 30일 밝혔다. 당선 팀에는 기본 및 실시설계권이 주어진다.
백년다리는 조선 정조시대 '배다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500m(폭 10.5m) 길이의 보행자 전용교로 조성된다. 배다리는 정조가 수원행차 때 한강을 건너기 위해 작은 배들을 모아 만든 사실상 한강 최초의 인도교였다. 기존 한강대교 남단 구간의 아치구조와 교각을 이용해 쌍둥이 다리 사이에 길이 500m, 폭 10m의 보행교를 새롭게 설치하는 방식으로, 뉴욕(미국)의 '브루클린브리지'같이 차도와 완전히 구분된 보행자 전용교로 건설된다.
백년다리의 상부데크는 완만한 언덕 형태의 각기 다른 8개 구조물을 연속적으로 연결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량 하부의 구조부는 강관 트러스 구조로 시공해 보행교는 물론 기존 한강대교 교각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했다. 백년다리는 기능적 측면에서 크게 보행공간인 데크부(상부)와 하부의 구조부(하부)로 나뉜다.
서울시는 걸어서 지나가는 통행 목적으로서의 다리가 아닌, 백년다리 그 자체가 목적지로 되어 머무를 수 있도록 한 점도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보행로 곳곳에 목재 데크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벤치와 전망테라스, 야외 공연‧전시장, 선베드 같은 시민 이용시설이 들어선다. 휴식과 조망을 통해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경험하고, 문화적 일상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목표다.
또 백년다리는 도심 속 녹색 숲이자 한강 위 하늘정원으로 조성된다. 보행데크 주변으로 소음과 바람, 폭염과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꽃과 나무를 다양하게 식재했다. 한강대교 차로 부분과 보행교 사이에는 미세먼지 흡착과 열섬화 예방 효과가 있는 수직정원이 설치되고, 보스턴고사리·아이비 같은 공기정화 기능이 있는 식물 등 교량 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도 관리가 쉬운 다양한 식물들이 곳곳에 심어진다.
보행데크 바닥에는 은하수를 투영시켜 놓은 듯한 작은 조명을 설치해 '밤하늘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빛의 숲'을 연출, 이색적인 야경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노량진 방향으로 백년다리와 연결될 노량진 고가차도 일부 존치구간에는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와 자전거 이용자를 고려한 계단을 설치해 백년다리로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플랫폼도 설치된다.
한편 이번 공모에는 전 세계 25개국 총 150개 팀(국내 96팀, 해외 54팀)이 참가등록을 했으며, 이 중 국내·외 우수 전문가 27팀(국내 15팀, 해외 12팀)이 작품을 제출했다.
심사위원회는 위원장을 맡은 박선우 한국종합예술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김준성(건국대학교), 김희욱((주)제일엔지니어링), 김세진(스키마), 김은희(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등이 참여했다.
서울시는 당선 팀과 설계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협의한 뒤 8월 중 설계계약을 체결, 연내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21년 6월까지 백년다리를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백년다리는 기존교각을 이용해 재생차원으로 보행교를 조성한 첫 사례"라며 "구조 등 여러 제약여건을 극복하고 백년다리의 역사적 상징성과 기존 아치교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창의적 디자인을 도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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