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남은 온 가족이 모인 어머니(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에서 오래 짝사랑해왔던 동아리 후배 의주(윤아 분)와 만난다. 연회장 직원인 의주를 보고 "직장에 다니고 있다"며 거짓말하지만 그마저도 금세 들통난다.
어색한 분위기가 사위기도 전, 건물 밖에서는 의문의 연기가 피어오르고 가스를 마신 사람들은 호흡곤란을 일으키며 죽어 나간다. 순식간에 건물 밖은 아수라장이 되고 용남과 의주는 산악 동아리 시절 익힌 모든 체력과 스킬을 이용해 빌딩에 갇힌 가족들과 함께 탈출하려 애쓴다.
영화 '엑시트'는 이상근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시사회 직후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작품이다.
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가 자신 있게 내놓은 여름 텐트폴 영화답게 화려한 볼거리와 속 시원한 액션,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로 관객들의 이목을 붙든다.
빌딩 숲을 오가는 용남과 의주의 활약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 고공낙하부터 맨손 클라이밍 등 관객들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만한 액션으로 가득 차 있다. 주연배우 조정석, 임윤아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대역을 최소화하고 대다수의 장면을 직접 소화했다고. 촬영 전부터 클라이밍 스쿨에 다니며 암벽등반의 기본적 기술 등을 익혔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엑시트'가 흥미로운 건 기존 재난 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깨버렸다는 점. 불안과 공포의 상징이었던 재난 영화의 무드를 완전히 뒤엎고 유쾌하고 통쾌하게 재난 상황을 타파한다. 또 주인공의 발목을 잡는 캐릭터나 신파 요소도 없어 꽉 막힌 구석 없이 시원하게 질주한다. 기존 재난 영화의 모든 공식을 뒤집는 과감함이 '엑시트'만의 독특한 리듬과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진정한 '한국형' 캐릭터들도 '엑시트'만의 강점. 완벽하게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재난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엑시트' 용남과 의주는 실수투성이에 재난에 관한 두려움도 가감 없이 드러내는 편. 그러나 이 모습은 오히려 관객들에게 공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외에도 용남의 가족 캐릭터는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매력적. 이들의 앙상블은 러닝타임 내내 크고 작은 웃음과 더불어 코끝 찡한 감동을 끌어내기도 한다.
조정석과 임윤아의 연기력은 기대 이상. 조정석은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이자 관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매력적인 코미디로 영화를 쥐락펴락한다. 이토록 지질하고 억울하며 멋쩍은 연기를 잘 해내는 배우는 없으리라.
윤아는 전작 '공조' 연기 호평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때로는 침착하게 때로는 능청스럽게 의주라는 캐릭터를 자신의 색깔로 칠했다.
베테랑 배우 고두심, 박인환, 김지영 등 조연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용남 가족으로 등장, 완벽한 앙상블을 펼쳐내 눈길을 끈다. 31일 개봉이며 아이맥스(IMAX)로도 만나볼 수 있다. 러닝타임 103분 관람등급 12세. 쿠키 영상으로는 짤막한 에필로그가 담겨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