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판결로 인한 일본의 경제보복조치로 한·일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1일 양자회담을 벌였지만 별다른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채 돌아섰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은 이날 오전 태국 방콕에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 조치로 예고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을 놓고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했지만 서로 입장차이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일본 측 반응에는 큰 변화가 있지 않았다"며 "양측간 간극이 상당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 장관이) 기존 수출 규제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관계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했지만 현재로서는 상황이 쉽지 않아보인다"고 했다.
강 장관과 고노 외무상의 양자회담은 이날 오전 8시 55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 55분)부터 55분간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는 것은 일본이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수출규제 조치를 위한 지난달 4일 이후 처음이다. 회담에는 김정한 아시아태평양 국장,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통역만 배석했다.
이날 회담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일본이 2일 각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할 가능성도 커졌다.
강 장관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에서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되면 우리로서도 필요한 대응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안보상의 이유로 취해진 것이었는데 우리도 여러 가지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정부가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협정(GSOMIA·지소미아) 중단을 선언한다면 한·일 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사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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