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은 요직을 줄줄이 차지한 반면 문재인 정부 주변에 칼날을 들이댄 검사들은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항의성 사표가 줄을 잇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간 간부 인사를 전후한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40여명의 검사들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무 안동지청 지청장, 장기석 제주지검 차장, 김태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신영식 인천지검 형사2부장, 전승수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교수, 민기호 대검찰청 형사1과장 등 각 검찰청 간부급 검사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다.
이번 인사가 윤 총장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윤석열 사단'과 '특수통' 검사들만 지나치게 챙겼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현 정부를 겨냥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팀이 눈에 띄는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날 선 내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 지휘 라인에 있던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고 전날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나자 사표를 냈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전보 조치된 주진우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검사도 이날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다"며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를 통해 사직인사를 했다.
통상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수사 부서나 대검 혹은 법무부 요직으로 발령받았던 전례를 고려하면 이례적인 좌천성 인사란 평가가 많다.
주 부장검사는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 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검찰 조직에 대한 자괴감을 내비쳤다.
본래 인사 직후 승진에서 누락된 이들의 사의 표명은 통상적으로 있었지만, 이번처럼 큰 규모와 빠른 속도의 줄사표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 동료 검사들도 함께 동요하는 분위기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렇게까지 무서운 인사는 처음 본다"며 "내부 구성원 모두 상처받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번 인사에 윤 총장보다 청와대 의중이 더 강하게 반영된 것이란 의심도 나온다.
주 부장과 동기인 한 부장검사는 "이게 만일 청와대의 뜻이면 지난 정권보다도 심한 것"이라며 "검찰을 완전히 죽이는 인사이며 나라의 장래가 없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그는 "'드루킹 특검'에 참여했던 검사들도 불이익을 받았다"며 "'우리'를 수사하면 가만히 안 두겠다는 건데 대통령이 신임 총장을 불러서 한 말씀과 너무도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특수통'을 챙긴 것은 윤 총장이 했겠지만 좌천성 인사는 청와대에서 한 것 같다"며 "정권에서 엄정하게 칼을 들이대라고 해놓고서 인사로 칼을 뺏어버린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도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자기들 사람들만 이렇게 심어놓는 게 무슨 검찰개혁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이동이 실제 이뤄지는 오는 6일까지 추가 사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직에 배치된 특수통과 달리 '홀대론'이 커지는 공안통과 강력통 검사들의 사표가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 정부 들어 공안 수사의 범위가 노동·선거 위주로 축소되는 움직임이 뚜렷해졌고, 강력통 검사들의 경우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조직 내 입지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전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난 김태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은 "검찰 가족 여러분, 그동안 너무 많이 감사했습니다"라며 단 한 문장으로 사직인사를 했다.
이승호 대검찰청 조직범죄과장도 정기인사를 앞두고 일찌감치 사표를 냈다. 대검 조직범죄과장은 강력검사 경력의 정점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 등으로 전보가 유력시돼 온 자리다.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에서 강력부장을 지낸 윤재필 서울고검 검사도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된 뒤 지난달 30일 사의를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49·사진)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은 이번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교수로 발령났다.
수사 실무를 맡지 않는 연구직으로 사실상 좌천성 인사다. 그가 정부·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에 강하게 반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검사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그도 인사 직후 주변에 "불이익을 예상했는데 그대로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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