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방콕ARF서 연일 "日 조치 부당" 여론전 '총력'

日 수출규제 강화 조치 겨냥 "타국 희생 안돼"

브루나이·EU 양자회담,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등에서 日 부당성 지적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우리는 무역과 상업의 자유로운 흐름으로 공유하고 있는 파이의 조각을 확대해야 하지, 타국을 희생시켜가며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려는(beggar-thy·근린궁핍화)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국·아세안 외교장관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아세안과 한국이 투명하고 개방적이며 규칙을 따르는 다자무역체제를 지키는 보호자라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요 무역 상대국들 사이에서 발생한 무역 긴장과 관련한 동료 장관들의 우려도 공유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취한 경제 보복 조치를 문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일본 아베 정부는 지난달 4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강 장관은 지난달 3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콕에 도착, 양자회담과 다자회의 등이 있을 때마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부당하다고 다른 나라들에 설파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외교장관 회담을 하면서 현재 한국과 일본이 겪고 있는 갈등상황을 설명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에 왕이 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를 근간으로 하는 전 세계 자유무역 체계 질서가 중요하며 유지되어야 한다"면서 "역사를 거울삼아서 미래지향적으로 관계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또한 같은 날 오후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면담하고,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가 갖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아울러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외교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연이어 개최된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일본의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조치가 세계 자유무역질서는 물론 한국과 아세안의 공동번영에 도전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에 모게리니 대표는 한일 양국이 상호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에, 에리완 장관은 자유무역질서의 중요성에 각각 공감을 표했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미지 확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