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겨냥해 중거리 미사일 꺼낸 美...미·중 갈등 경제서 안보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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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8-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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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방, "몇달 안에 아시아에 지상 중거리 미사일 배치 원해"

  • 무역전쟁으로 꼬인 미중 관계, 안보 문제로 더 악화될 듯

미국과 중국의 갈등 전선이 경제에서 안보 분야로 본격 확대될 조짐이다. 미국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하루 만에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에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조치에 안 그래도 무역전쟁으로 꼬인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되고, 동북아 군비 경쟁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3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 첫 방문지인 호주로 가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배치 시점과 관련해선 "몇달 안에 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배치 지역에 대해 에스퍼 장관은 구체적 언급을 삼갔지만, 외신에선 괌이나 한국, 일본 등이 후보지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로이터통신은 "결정된 건 아니지만 미국은 이론적으로 감추기 쉬운 이동식 재래식 미사일을 괌과 같은 지역에 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일본과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만약 한국에 배치될 경우 자칫 제2의 '사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INF 조약은 1987년 체결된 조약으로 사거리 500~1000km의 단거리와 1000~5500km의 중거리 지상 발사 탄도·순항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고 향후 해당 범주 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상대국이 서로 INF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면서 비난전을 벌이다가 2일 조약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INF 조약 탈퇴의 표면적 이유는 러시아의 INF 조약 위반이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이 군사굴기를 통해 첨단 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미국은 INF 조약에 발목잡혀 무기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줄곧 나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 INF 조약 탈퇴 직후 중국을 아우르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 역시 INF 조약 탈퇴가 중국의 미사일 전력 증강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지상 발사 순항 미사일을 테스트하고 11월에는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테스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미국이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을 아시아에 배치할 경우 안 그래도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면서 1년 넘게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다소 실마리가 풀리는 듯한 무역갈등은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9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연간 3000억 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심화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관련해 "우리가 이 문제를 한동안 얘기해왔기 때문에 중국은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중국 보유고의 80% 이상이 INF 사거리 시스템이다. 미국이 가벼운 능력을 갖추고 싶어한다고 중국이 놀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계획은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전구(戰區)에 필요한 능력 개발을 위해 사전 조처를 하는 것"이라며 군비 경쟁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군축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적했다. 대릴 킴벌 미국군축협회(ACA) 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에스퍼 장관은 아시아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의욕을 보이지만 군사적으로 그래야 할 필요도 없고, 의희 동의도 없고, 기꺼이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동맹국도 없다는 게 냉엄한 현실"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군비를 축소하는 게 아니라 군비를 늘리는 위험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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