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업계에 얼터네이터와 점화코일을 판매하면서 특정 업체를 서로 밀어주는 식으로 담합을 벌인 미쓰비시일렉트릭, 히타치오토모티브시스템스, 덴소, 다이아몬드전기에 과징금 92억원을 부과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또 미쓰비시전기와 히타치는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얼터네이터는 엔진 구동으로 전력을 생산해 각종 전기장비에 공급하는 장치다. 또 점화코일은 자동차 배터리의 저전압 전력을 고전압으로 승압시켜주는 자동차용 변압기다.
히타치와 덴소는 2004년 르노삼성의 QM5 모델에 적용되는 얼터네이터를 입찰할 때 미쓰비시전기가 공급할 수 있도록 견적가격을 미쓰비시전기보다 높게 써낸 것으로 공정위 조사결과 드러났다.
미쓰비시전기는 2007년 덴소가 현대차의 그랜저 HG와 기아차의 K7 VG 모델 등에 들어가는 얼터네이터를 공급할 수 있게 도운 것으로 파악됐다.
덴소 역시 2017년 이들 모델이 단종될 때까지 얼터네이터를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이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는 특정 부품을 한 회사가 납품할 때 '그 회사에 상권이 있다'고 표현하는 등 납품 기득권을 존중하고 경쟁을 피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또 다이아몬드전기와 미쓰비시전기는 2011년 한국GM이 말리부에 들어가는 엔진용 점화코일을 입찰하자 덴소가 낙찰받게 도와주기로 덴소와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담합에 다이아몬드전기는 입찰을 포기하고 미쓰비시전기는 덴소보다 높은 입찰 가격을 제출해 낙찰받았다. 덴소의 점화코일은 2016년 말리부 모델 단종 시기까지 판매됐다.
2010년 이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글로벌 카르텔이 성행하자, 미국·EU·캐나다 등 해외 경쟁당국도 조사를 벌여 벌금과 과징금 등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의 글로벌 담합 행위가 드러나면서 일본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교란 행위가 국제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유무역 등 정상적인 산업 활동을 강조해온 일본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의 배만 불렸을 뿐 상도의를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의 담합에 대해 2014년 조사에 들어가 최근에 제재 의결을 마치고 지난달 15일 이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화이트리스트 배제 문제를 두고 다소 발표시기를 연기한 면이 있다"며 "일본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 경제보복을 한 상황인 만큼 정당한 제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사진=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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