캉더신, 푸런제약, 다쭈지광. 이들 세 회사는 최근 부정회계 등으로 논란이 된 중국증시 상장사다. 공교롭게도 이들이 지난 수 년간 동일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로컬 대형 회계법인인 루이화회계(이하 루이화)다.
루이화는 지난해 매출 기준 중국 전체 회계업계에선 글로벌 4대 회계법인(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딜로이트, KPMG, 언스트영) 등에 이은 6위, 중국 로컬 회계법인 중에선 2위인 대형 회계법인이다.
지난해 매출은 28억7900만 위안(약 5000억원)으로, 산하에 거느린 공인회계사만 2266명(파트너 회계사 360명 포함)에 달하며, 중국 전역에 40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증시 상장사 319곳에 대한 회계 감사를 진행했으며, 회계감사로 벌어들인 수입만 3억5700만 위안이었다.
루이화는 "회계법인으로서 해야할 모든 회계감사 절차를 진행했으며, 모든 직업적 의무를 다했다"고 해명했지만 루이화를 향한 부실감사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이미 루이화 부실회계 감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증감회 조사 결과, 루이화의 부정회계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될 경우엔 회계법인 자격이 말소될 가능성도 있다. 설령 말소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루이화는 공식력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달에만 최소 5개 상장사가 루이화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루이화의 부실감사 의혹으로 중국 주식시장에까지 후폭풍이 불어닥친 모습이다. 중국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증감회가 루이화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60개가 넘는 중국증시 상장(혹은 상장 예정)기업이 영향을 받았다. 루이화가 그동안 중국증시 기업공개(IPO) 업무를 담당해왔던 기업 33곳의 상장심사엔 제동이 걸렸다. 25곳 상장사의 증자 계획도 잠정 중단됐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중국판 엔론사태'로 보고 있다. 지난 2002년 세계적인 기업이었던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은 분식회계를 통해 재무상태를 허위 보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산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세계 5대 회계법인으로 꼽히던 앤다슨은 엔론의 분식회계를 눈감아주고 심지어 협력한 것으로 확인돼 '공중분해'됐다.
시장은 최근 중국 증시 상장사의 질적 발전을 유독 강조하고 있는 중국 금융당국이 이번 '루이화 사태'를 계기로 중국 로컬 회계법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 엄격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 본토주식인 A주가 글로벌 투자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 편입되는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다가 중국 경기 둔화 속 금융리스크 문제가 불거지는 걸 막기 위해 상장사 회계감사의 중요성도 커졌다.
실제로 이번에 부실회계가 적발된 캉더신의 경우,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 종목 리트에 편입됐었다. 현재 MSCI 측은 부실회계 의혹이 터지자마자 캉더신을 해당 지수에서 삭제한 상태다.
사실 루이화 사태는 로컬 회계법인이 보편적으로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중국 내 회계사들이 넘쳐나 경쟁이 치열해지 상황에서 회계법인들이 '을'의 위치로 전락, '갑'의 위치인 회사들의 각종 부실회계 요구를 맞춰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면서다. 지난해말 기준 중국내 회계법인만 9000여곳, 공인회계사만 10만6798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로컬 회계법인의 공신력에 대한 의혹은 줄곧 제기됐다.
또 한편으론, 중국 주식시장에서 범죄비용이 너무 낮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며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공인회계사협회에 따르면 루이화는 이미 2016~2018년 중국 당국으로부터 부실감사 등 불법행위로 다섯 차례 벌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6년엔 부실감사로 1년간 회계감사 업무가 중단된 적도 있다. 그런데도 범죄비용이 낮다보니 부실감사를 계속 저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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