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 지지선이 사라졌다. 불확실성투성이라 그렇다. 주어진 정보가 제한적이기는 미·중 무역분쟁뿐 아니라 한·일 갈등도 마찬가지다. 당장 방향성을 점치기보다는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이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 갈지 지켜보아야 할 때다. 주식시장에서는 불확실성 반대말로 확실성보다 정보를 꼽는다.
◆뒷북치듯 내리는 주가 지지선
5일 국내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코스피 예상범위 하단(지지선)은 1900선 안팎이다. 이마저도 며칠 만에 뒷북치듯이 낮춘 것이다. 주가지수 흐름을 구체적으로 내다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백색국가(전략물자 통관절차 우대 대상)에서 우리나를 뺐을 뿐 아니라 추가적인 보복도 우려되고 있다"며 "국가 신용등급 하락이나 주요산업 생산 차질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주식시장 전광판이 새파랗다. 52주 신저가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267곳과 345곳이 신저가를 새로 썼다. 전체 상장사 수(2250여개)를 감안하면 10곳 가운데 4곳꼴로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이야기다.
우리 금융시장과 상관관계가 커진 중국 위안화 환율도 불안하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섰다. 김두언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실마리를 못 찾는다면 원·달러 환율은 1250원까지 뛸 수도 있다"고 했다.
기업 실적마저 시원치 않다. 2분기 상장법인 영업이익은 2012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이래 가장 크게 줄어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빨라도 4분기는 돼야 반등할 것
주가지수가 4분기 전에 본격적으로 반등할 거라고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경기나 기업 실적을 감안할 때 어림없다는 이야기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2018년 1월 이후 18개월째 뒷걸음치고 있다. 그나마 반도체 업황만 하반기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감산 가능성도 반도체주 전망을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황은 3분기를 바닥으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내년 미국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중 무역분쟁도 잦아들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출하와 재고 사이클도 선순환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반도체 출하 증가율은 6월 들어 7.3%(전년 동기 대비)에 달했다. 반면 재고 감소율은 3.5%로 집계됐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장법인 영업이익은 올해 90조~95조원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이고, 당시 지수는 2000선 위에 있었다"고 했다.
◆넘어진 김에 쉬는 것도 투자
누구라도 보수적인 투자를 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가는 것도 투자라는 이야기다. 물론 역발상 투자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금이나 달러화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미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에도 대안은 있다. 요즘처럼 불안한 때일수록 배당주나 자산주가 시세를 내줄 공산이 크다.
상반기 실적보다는 3분기로 관심을 옮길 필요도 있다. 적어도 부진했던 상반기 덕(?)에 기저효과는 누릴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럽지만 낙관론도 있다. 악재가 주가지수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송재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는 2018년 10월에도 2000선 안팎에서 강한 지지력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더라도 통관절차를 점차 완화할 수 있다"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방식으로 사태를 마무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주가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주식시장을 떠나야 할 때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2000선 아래에서 어김없이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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