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들, 日 의존도 벗고 체질 강화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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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기자
입력 2019-08-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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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장기적 관점서 장비·소재 국산화 도와야

  • 일본과 관계회복 등 정치적 해법 모색도 시급

일본 정부가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심사 우대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가운데 한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부 지원과 기업 자체의 빠른 변화를 통해 핵심기술을 내재화하고 명실상부한 기술독립국으로서의 체질을 만들기 위함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법령이 시행돼 포괄허가를 받아온 1100여개의 품목이 개별 허가로 바뀐다. 향후 수출 허가에는 최장 90일이 소요될 예정이다. 지난달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 필요한 3개 소재 수출 간소화 우대 조치를 철회한 데 이은 일본의 2차 보복이다.

◆사장단 소집한 삼성··· 비상경영체제 본격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1차 규제가 시행된 직후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도 삼성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앞서 지난달 7일에는, 5박6일 일정으로 일본 출장을 떠나 소재 수급 여부를 타진하고, 반도체 부문 최고경영진을 불러모아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이어 가전과 모바일 등 전 사업부문에도 비상경영을 지시했다.

SK하이닉스도 일찌감치 해결책을 모색했다. 앞서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와 김동섭 대외협력총괄 담당 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일본을 방문해 반도체 원자재 수급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양사는 현재 일본이 규제하고 나선 핵심 소재에 대해 3개월 정도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재를 만드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긴 마찬가지다. 반도체 특수 소재 생산업체인 SK머티리얼즈는 중장기적으로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올해 안으로 샘플을 우선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웨이퍼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식각 공정에 사용된다. 고순도 과산화수소 전문 업체인 한솔케미칼도 일본 의존도가 80%에 달하는 반도체 전구체(프리커서)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규제 대상으로 떠오른 실리콘 웨이퍼 등도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대체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글로벌 웨이퍼 시장점유율은 일본이 약 53%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9%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웨이퍼 업체인 SK실트론 등의 기술력이 뛰어난 만큼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장비의 경우 국내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증착장비, 노광장비 등의 국산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대책 논의를 위해 지난달 7일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해야"

정부도 이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처에 맞서 100대 핵심품목을 선정해 1∼5년 내 국내에서 공급하고, 특별법 제정과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매년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고 세제와 금융 등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소재·부품·장비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간 협력 구조 만들기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10년과, 2017년 등 이미 여러 차례 정부 주도로 반도체 장비와 소재 국산화 움직임이 있었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며 "꾸준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들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줘야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핵심 소재·부품 등의 육성을 지원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단기적으로 1조원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만한 성과를 내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특화할 수 있는, 비교우위가 있는 소재와 부품 등에서 자체적인 기술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면서, 일본과의 외교적 문제 해결에도 힘써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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