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엑시트' 윤아 "밝은 모습, 새로워? 항상 내 길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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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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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덕스럽고 능청맞다. 윤아(29)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던가' 되짚게 된다. 무대 위나 CF 속에서 반짝거리던 그를 떠올린다면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 속 때칠을 하고 얼굴을 구기며 우는 윤아가 낯선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 낯섦이 싫지만은 않다. 데뷔 12주년을 맞은 윤아가 이토록 신선하고 새롭게 보이다니. 오히려 새롭게 발견되는 면면들이 반갑게 느껴질 정도다.

영화 '엑시트' 의주 역의 배우 임윤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엑시트'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영화 '공조'로 스크린 데뷔,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던 윤아는 이번 작품에서 팍팍한 현실을 사는 회사원 '의주' 역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유독가스 재난현장에서 매뉴얼 대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책임감 강하고 능동적인 인물. '공조' 민영과 닮은 듯 다른 캐릭터다.

"감사하게도 '공조' 민영이가 많은 관객분께 사랑을 받았죠. 이후에도 코미디 연기를 하게 된 건 의도한 게 아니었어요. 이미지를 이어가려던 것도 아니었고요. '엑시트' 의주 캐릭터가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잖아요.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에 시작하게 된 거죠."

윤아는 '엑시트' 시나리오를 보며 의주의 면면들이 자신과 닮아있다고 여겼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의주가 친숙하게 느껴지자 자연스럽게 연기도 착착 붙었고 작품도 눈길이 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체력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하는 게 고민이었죠. 그런 고민을 하기에 작품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고민보다 체력을 키우자!'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영화 '엑시트' 의주 역의 배우 임윤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평소 운동을 즐기는 윤아지만 '엑시트' 촬영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조정석과 윤아는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고공낙하부터 맨손 클라이밍 등 대부분의 액션 신을 직섭 소화해냈다.

특히 윤아는 촬영 몇 개월 전부터 클라이밍 스쿨에 다니며 암벽등반의 기본적인 기술을 익히며 체력 단련을 해왔다고.

"그런데도 한계에 도달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탈출하는 신이었는데 찍고, 찍다 보니까 몸에 근육이 뭉쳐서 버티질 못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엄청나게 미안해하셨는데, 평소 같으면 '괜찮아요!' 해볼 텐데. 그날은 '딱 한 번 밖에 못 할 것 같아요'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결국 '컷' 소리가 나자마자 주저앉아서 울어버렸죠. 힘들어서 운 게 아니라 좋은 환경이었는데 제가 해내지 못한 게 아쉽고 답답해서 그런 거예요. 속상하기도 하고요."

아쉬움에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작품에 대한 윤아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는 "아직 제 연기가 어색하다"며 어떻게 자신의 연기를 봐야 할지 모르겠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제일 열심히, 중점을 둔 건 '잘 어울리는 것'이었어요. 의주로서 다른 배역들과 함께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중요했죠."

영화 '엑시트'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인공'으로서의 욕심이 아니라 '배우'로서 욕심이 더 강한 것 같았다. 캐릭터가 아니라 앙상블에 초점을 맞춘다는 그는 스스로 '주안점'을 맞춘 대로 조정석과 안정적인 연기 호흡으로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안기며 연기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조)정석 오빠 덕이죠. 만나기 전부터 어떤 분일까 궁금했었어요. 워낙 좋은 분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어요. 실제로 만나 뵈니까 정말 좋더라고요. 현장에서도 많이 배려해주셔서 좋았어요. 의주와 용남이의 모습에서도 그런 호흡이 잘 표현된 거 같아요."

윤아는 상대 배우인 조정석으로 하여금 연기의 '맛'을 알게 되었다며 애드리브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고 고백했다.

"정석 오빠는 중간중간 애드리브도 해요. 웃겨서 웃음 참기가 힘들었어요. 예고편에도 나오는데 의주가 용남에게 고백하는 신이 있거든요. 거기에서 대본에는 고백하고 속상한 용남이 돌아서는데 거기에서 오빠가 엄지를 척 세우는 거예요. 속으로 '어떻게 저런 표현을 하지?' 싶었어요. 그런 작은 표현으로 용남과 의주까지 캐릭터가 사는 거예요. 캐릭터가 맛깔나진다고 할까? 나도 저런 부분은 배워야지 생각했죠."

영화 '공조'부터 '엑시트'까지. 대중은 천연덕스러운 윤아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듯했다. 스스럼없이 저를 허물고 망가지는 것이 능숙한 모습은 대중이 기억하는 '소녀시대 윤아'가 아닌 모양이었다.

영화 '엑시트' 의주 역의 배우 임윤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저는 이런 모습을 보고 '새롭다'고 할 줄 몰랐어요. 저는 꾸준히 저대로 지내왔거든요. 있는 그대로 보여드렸다고 생각했는데, '공조' '엑시트'가 개봉하고 '새롭다'라고 하시니까 혼자 '뭐가 새로운 거지?'하고 놀랐었어요. '아, 나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더 밝고 귀여운 느낌이었나보다' 짐작하곤 하는 거죠. 당연히 매체를 통해서 밖에 이미지를 공유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영화를 통해 실제 이미지와 간격이 좁아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많은 분께서 저의 '밝음'을 좋아하시는데 제게도 여러 가지 '밝음', 결이 다른 모습이 있으니 꾸준히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대중이 자신에게 어떠한 모습을 볼지 "기대된다"라며 웃었다. "내 갈 길을 가겠다"라는 모습이 한없이 단단하고, 믿음직하게 느껴졌다. 이른 나이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12주년을 맞은 중견 연예인다웠다.

"이제 30대가 되었는데 솔직히 여유로워진 느낌이라 좋아요. 20대는 20대대로 화려하고 즐거운 추억이 많아서 좋았어요. 팬들과도 돈독하게 지낼 수 있었고요. 이제 맞게 될 30대는 어떤 시간을 보낼지 궁금해요. 20대와는 또 다른 시간이겠죠? 한 단계 다른 무언가가 있을 거로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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