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베 "한국이 일방적으로 협정 위반"

"1965년 청구권협정 등 국가간 약속 제대로 지켜라" 기존입장 반복

수출규제 정치적 보복 아니라더니 한국의 강제징용판결 계속 거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수출관리 우대국인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한 뒤 처음으로 한·일 관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6일 아사히 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한일청구권협정부터 시작해서 국가 대 국가 관계의 기반이 되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 약속 준수와 관련된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자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 위반 행위를 일방적으로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국교정상화의 기반이 된 국제조약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또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재차 요구했다. 

아베 총리는 결국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거스른 것이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은 신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한·일 경제관계 악화의 배경으로 한국의 국제조약 파기 문제를 거론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는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연차총회를 비롯한 국제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74주년을 맞아 이날 오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연설을 마치고 자리를 뜨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