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20원에 개장해 등락을 거듭하다 전일 종가와 동일한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보합권에서 마감했지만 환율은 이날 장중 1223.0원을 기록하는 등 큰 변동폭을 보였다. 이날 고가는 장중 1227.0원을 기록한 2016년 3월 3일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외환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는 것은 한·일 갈등이 '강대강' 대치로 이어진 데다가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확대됐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은 현재 대내외 상황이 당시보다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강(强)달러가 주 영향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일 갈등으로 한국이 글로벌 경제 이슈의 중심에 서 있고 △위안화 약세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전면적인 EU 탈퇴)' 우려로 시장 불안감이 확대됐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급격한 위안화 약세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위안화가 여전히 불안정해 미국과 중국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위안·달러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위안화에 연동되는 원·달러 환율 역시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개입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구두개입은 환율이 12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이미 무뎌진 상태다. 외환보유액을 대폭 푸는 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가장 강력한 처방이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의 딜레마는 더 커지게 됐다. 국내 경기 둔화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지만 인하 단행 시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국경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점이 최근 외환시장에 반영됐다"며 "국내 경기 상황을 보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외환시장이 불안해 이마저도 쉽지 않아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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