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환율... 1200원 고착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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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08-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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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중 1223원 3년5개월 만에 최고…1240원선 위협 우려도

  • 한일 갈등 강대강 대치·미중 환율전쟁 양상으로 확전 가세

원화 값이 달러당 1200원 선에서 고착화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환율전쟁' 양상으로 확전되는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는 탓이다. 국내 경기 둔화로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20원에 개장해 등락을 거듭하다 전일 종가와 동일한 1215.3원에 거래를 마쳤다.

보합권에서 마감했지만 환율은 이날 장중 1223.0원을 기록하는 등 큰 변동폭을 보였다. 이날 고가는 장중 1227.0원을 기록한 2016년 3월 3일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외환시장이 연일 요동치고 있는 것은 한·일 갈등이 '강대강' 대치로 이어진 데다가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확대됐다.

시장은 달러당 1200원 선이 당분간 이어지고, 조만간 1240원 선마저 뚫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환율이 달러당 1240원을 넘어선 것은 2010년 6월 11일(1246.1원 마감)이 마지막이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은 현재 대내외 상황이 당시보다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강(强)달러가 주 영향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일 갈등으로 한국이 글로벌 경제 이슈의 중심에 서 있고 △위안화 약세에 연동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전면적인 EU 탈퇴)' 우려로 시장 불안감이 확대됐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급격한 위안화 약세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위안화가 여전히 불안정해 미국과 중국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위안·달러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위안화에 연동되는 원·달러 환율 역시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개입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구두개입은 환율이 12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이미 무뎌진 상태다. 외환보유액을 대폭 푸는 것이 시장 안정을 위한 가장 강력한 처방이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당국의 딜레마는 더 커지게 됐다. 국내 경기 둔화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지만 인하 단행 시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국경제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점이 최근 외환시장에 반영됐다"며 "국내 경기 상황을 보면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외환시장이 불안해 이마저도 쉽지 않아 정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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