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A에서 B로 강등··· 수출입 절차 까다로워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전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일본의 수출 관리 제도를 적절하게 실시하기 위한 재검토 과정일 뿐"이라며 "한·일 관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의도하지 않았으며 경제 보복과 대항 조치 등도 아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의 명칭을 기존 '화이트리스트'에서 네 개 '그룹'으로 변경하는 것은 실무자와 관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성 조치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한국이 속하게 된 그룹B는 일정 품목에 대해 특별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긴 하지만 그룹A와 비교할 때 대상 품목이 적고 절차도 한층 복잡하다. 수출기업에 대한 현장 검사 등 일본 정부가 강제하는 일정 의무도 강제로 수행해야 한다. 그룹C에는 대만과 싱가포르 등 그룹 A, B, D에 속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가 해당된다. 그룹D는 일본 정부가 수출 신뢰도가 가장 낮다고 판단한 국가로 구성된다. 북한, 이라크 등 10개국이 포함됐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 한국은 오는 28일부터 그룹B로 강등된다. 이에 따라 나사, 철강 등 수많은 비규제 품목에서도 일본 정부가 군사 전용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수출이 불허될 수도 있다.
◆수출 규제 수위 조절하나··· 개별허가 품목 미정
이날 개정안과 함께 관심을 끈 것은 수출규제 시행세칙(포괄허가취급요령)이다. 포괄허가취급요령은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하위 법령이다.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개별허가로 전환하는 품목이 무엇인지를 결정한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제산업성은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제출 서류의 추가 요구 등의 카드를 꺼낼 수 있다. 개별허가 품목에 따라 국내 기업의 추가 피해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다행히 이날 공개된 포괄허가취급요령에는 기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일단 반도체 외에는 피해 업종이 확대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한·일 갈등의 원인으로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은 한국', '신뢰문제' 등을 운운하면서 한국 탓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또 다른 경제 제재를 단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개별허가가 아닌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는 것도 일부 한국 기업에는 까다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특별일반포괄허가란 개별허가를 면제하고 3년 단위의 포괄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일본의 전략물자 1120개 중 비민감품목 857개에 대해 수출 기업이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아 수출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인정 받을 경우 허용된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도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된 한국도 CP 인증을 통해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다. 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들은 기존의 3년 단위 포괄허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수출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일본 소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의 경우 사실상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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