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카페봇(Café.bot)에 방문했다. 66㎡(20평) 규모의 바(Bar) 테이블 안에선 5명의 사람과 로봇 3대가 협업했다. 사람이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원두를 그라인딩(갈기) 한다면, 로봇은 음료 추출 등 반복적인 단순 업무를 맡았다.
카페봇은 로봇자동화전문기업 티로보틱스와 디지털공간경험디자인 기업 디스트릭트홀딩스가 손잡고 지난 1일 문을 연 카페다. 2층 구조로 현재는 660㎡(100평) 규모인 1층만 오픈했다.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에 가보니 바로 뒤에 칵테일과 맥주 등 음료를 제작하는 드링크봇이 위치해 있었다. 드링크봇은 탄산수와 음료 원액, 얼음 디스펜서와 연결돼 있었다. 소비자가 칵테일을 주문하면 자동으로 레시피가 입력된다.
직원이 시작 버튼을 누르면 드링크봇은 팔을 직접 흔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칵테일을 구현하고 컵 세척도 스스로 한다. 매장 시즌 콘셉트에 따라 새로운 레시피를 입력하면 매번 다양한 음료를 만들 수 있다. 이날은 ‘핑크 라군’ 테마에 맞게 데킬라 베이스의 멕시코 음료 레시피가 입력돼 있었다.
바로 옆엔 디저트봇이 소비자가 선택한 그림과 패턴을 케이크 위에 그려줬다. 특히 포장용 2호 사이즈 케이크를 주문하면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한 도안을 디저트봇이 드로잉했다.
[촬영=김태림 기자]
디저트봇을 구경하는 사이 음료가 금세 나왔다. 드립봇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6잔의 커피를 동시에 추출하다 보니 시간이 단축된 덕이다. 드립봇이 단순 반복 업무를 분담하면, 바리스타 직원은 소비자와 대화를 나누며 응대한다. 로봇과 사람을 통한 고객응대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형 서비스)가 가능해진 셈이다. 원두는 블루보틀, 스텀프타운과 함께 미국 3대 스폐셜티 커피로 손꼽히는 인텔리젠시아를 쓴다.
음료를 받은 뒤 테이블에 앉아 카페를 둘러봤다. 사람과 로봇이 경계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모습이 어색하지 않았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바 안에 안전 펜스(울타리)가 없음을 알아채기 힘들었다. 그동안 로봇을 도입한 카페에선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펜스를 설치해왔다.
디스트릭트홀딩스 관계자는 안전 펜스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람이 로봇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작동을 멈춘다. 다시 톡톡 두드리면 로봇이 움직인다”면서 “사람과 로봇이 한곳에서 공존해 작업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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