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에 가로막혀 제2금융권으로 밀려난 중소기업이 크게 늘어나면서 비은행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165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경기 악화와 일본의 수출규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대출 부실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2금융 중기대출 증가속도, 은행의 4.5배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5월 말 기준 165조7262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2% 늘어난 수치로 대출 증가 속도가 상당하다. 외국은행의 국내 지점까지 포함한 1금융권의 대출 증가율(6.5%)보다 4.5배 높다.
2금융 중기대출이 대폭 늘어난 것은 올 들어 정부가 중기대출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차주가 대거 2금융으로 밀려난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 하강이 미치는 영향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크기 때문에 부실 발생 시 국내 경제의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부실 징후는 조금씩 나타나는 중이다. 저축은행의 중기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월 말 4.4%에서 같은 해 말 4.2%로 낮아졌지만, 올 들어 3월 말 4.6%로 반등했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증가율(0.4%포인트)은 총여신 연체율 증가폭보다 2배 높은 수준이다. 신협을 포함한 상호금융권의 연체율 역시 지난해 3월 말 1.39%에서 같은 해 말 1.32%로 소폭 하락했지만, 올 3월 말 1.79%로 대폭 올랐다.
◆연말 '일본 리스크' 영향 본격화··· 부실 확대 불가피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가 본격화하면 이 같은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수출 기업들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역경제 악화로 지방의 수출 기업들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은의 '지역경제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이 많은 충청권의 5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호남권과 대구·경북권의 수출액도 각각 13.4%, 12.8% 줄어들었다. 대기업이 밀집해 있는 동남권이 10.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2금융권의 중기대출 연체율이 올 들어 상승한 것은 국내 경기가 둔화했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영향은 아직 미미하지만 오는 4분기쯤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상승 중인 연체율이 연말에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지역경제 기반이 더 빠르게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금융권 중기대출 중 적지 않은 금액이 자영업자에게 공급되고 있는데, 중소기업 업황이 안 좋아질 경우 해당 지역의 자영업권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가 동시에 무너질 경우 그 지역의 부실률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을 중심으로 2금융 회사의 건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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