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하자 ‘삐에로쑈핑’에서 판매중인 일본 제품 매출도 사실상 반토막 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본지 아주경제가 삐에로쑈핑 두타몰점 등을 취재한 결과,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최근 한달새 이곳에서 판매하는 일본제품 매출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7월 3~4째주 일본 맥주 매출은 80%까지 줄었다.
삐에로쑈핑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일본의 유명 잡화쇼핑몰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만든 것으로, 흔히 ‘한국판 돈키호테’로 불린다. 패션의류,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성인용품까지 무려 4만 가지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직원들 조차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티셔츠를 입고 일을 할 정도다.
워낙 다양한 상품이 매대에 혼재돼 있지만, 삐에로쑈핑에서 판매 중인 일본 제품 매출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아사히 맥주 14개, 기린이치방 12개, 삿포로 14개. 맨 앞줄에 있는 맥주를 손으로 쭉 밀어 봐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반면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2개 뿐이었다. 일본맥주는 찾는 소비자가 없으니 매대에 가득 쌓여있는 반면 국산맥주는 불매운동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속속 팔리고 있는 것이다.
삐에로쑈핑 두타몰점 관계자는 “(불매운동이 본격화 된) 7월 들어 맥주를 구매하는 10명 중 8명이 일본 맥주를 안사는 것 같다”면서 “일본 맥주 대신 독일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 수입맥주를 찾거나 국산 제품을 구매한다”고 전했다.
소비자들도 일본 제품에는 손이 덜 간다는 반응이다. 이유진씨(22·여·서울 강북구)는 “불매 운동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일본 제품은 눈에 보여도 구매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날 이씨가 삐에로쑈핑에서 구매한 다섯 개의 제품 중 일본산은 한 개도 없었다.
같은날 오후 찾은 삐에로쑈핑 명동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불매 운동 이후 일본 제품에 대한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 삐에로쑈핑 명동점 점장은 “정확한 매출 추이는 모르겠지만, 불매 운동 이후 일본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8월 현재 삐에로쑈핑 매장 전체에서 일본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두타몰점은 약 10%, 명동점은 약 5% 수준이다.
삐에로쑈핑 명동점은 불매 운동으로 줄어든 일본 제품 매출을 국산으로 메우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사히 맥주 등 일본 제품은 비교적 소비자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진열된 반면 대체재인 국산 술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스낵류 등은 매장 앞에 진열돼 한눈에 들어왔다. 삐에로쑈핑 명동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상품은 더덕주, 백세주, 소주 등 국산 제품이다.
삐에로쑈핑 명동점 관계자는 “입지특성상 평소 외국인 70%, 내국인이 30% 찾고, 주말에는 6대 4 정도 비율로 방문해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좀 더 많다”면서 “그럼에도 불매운동 이후에는 잘보이는 곳에는 국산 제품을 진열하고, 일본 제품은 구석으로 넣어버렸다”고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특히 ‘제주소주(이마트 계열사) 미니어처’ 제품을 매장에 들어오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해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 많이 구매하고 있다. 매출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조세연씨(29·여·서울 서대문구)는 “다음 주에 캐나다 친구가 한국에 놀러 오면 줄 선물을 사러 방문했다”면서 “술을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한국 술을 더 구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씨는 국산 술 미니어처와 소주잔 등을 구매했다.
이런 가운데 삐에로쑈핑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일본 불매 운동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삐에로쑈핑 두타몰점과 명동점 모두 일본산 뷰티 상품이나 스낵류 등은 ‘품절’ 표시가 많았다. 삐에로쑈핑 측은 주로 일본 제품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사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삐에로쑈핑 명동점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44·남) 역시 “함께 여행 온 아들이 일본 젤리를 좋아해 구매하려고 왔다”면서 일본산 젤리를 5개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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