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강국, 기술독립이 만든다] <프로폴리스①>세계 최고 수준 토종 기술에도 수입산만 쓴 국내 제약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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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업팀(김선국·송종호·현상철·황재희·신보훈·오수연) 기자
입력 2019-08-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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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본의 경제 공격은 우리나라의 기술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무조건 외국산 종자가 더 낫다'는 인식을 갖고 여전히 해외 기술 수입에 의존하려는 국내 기업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자체 기술력 확보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유특허를 산업체에 이전하는 방식은 국내 기업의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정부는 수면 아래 잠자고 있는 국유특허를 깨워 적극 홍보하고, 기업은 값싼 사용료를 정부에 지불해 장기간 핵심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 기업규모에 따라 무상이전도 가능하다.

예컨대, 제약·바이오·식음료 부문 원천기술은 국책연구기관인 농촌진흥청에서 찾을 수 있다. 이곳의 연구 인력은 총 1200여명으로, 박사급만 800여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연구개발(R&D)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농진청 연구원들이 개발한 원천기술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논문과 네이처·셀·사이언스 등 최고 권위 과학저널에 다수 실릴 정도로 유명한 것들이 많다. 농진청은 2011년부터 차세대BG21사업을 시작, 8년 동안 4899건의 SCI급 논문을 게재했다. 차세대BG21사업은 농업생명공학 원천기술을 개발해 고부가 농산업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이들이 내놓는 원천 기술은 우리 기업에 도약의 날개가 될 수 있다. 본지는 이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 원천 기술을 발굴해 공개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식음료 부문을 비롯해 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 넘버원 국유 특허를 망라한다. 
[편집자 주]


세계 최고 수준의 ‘수용성 프로폴리스’ 기술이 대한민국에서 개발됐음에도 국내 제약회사들은 외국산만 취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폴리스는 꿀벌이 나무나 꽃에서 뽑아낸 수지(樹脂) 등에 자신의 침과 효소를 섞어 만든 물질이다. 면역력을 높여주고, 암 억제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본지가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들의 프로폴리스 제품을 분석해본 결과, 주로 호주나 뉴질랜드산 프로폴리스를 쓰고 있었다. 이들이 판매하는 프로폴리스 제품 10개 중 국내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유한양행의 마누카 젤리마스크 제품에는 뉴질랜드산을, 대웅생명과학의 프로폴리스플러스와 벨루테치약은 각각 호주와 브라질산 프로폴리스를 수입해서 썼다.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의 프로폴리스 관련 제품 현황. [자료=각 제약사]

녹십자웰빙의 프로폴리스플러스와 동화약품의 잇백덴티프로, 종근당건강의 프로폴리스플러스, JW중외제약의 덴디돌은 각각 호주산을 사용했다. 보령의 자회사 보령수앤수는 2014년 브라질산과 호주산 프로폴리스를 주원료로 아벨랴프로폴리스를 판매하다, 2017년 보령수앤수가 보령컨슈머헬스케어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광동제약의 신제품 비타500 로열폴리스에 첨가된 프로폴리스는 제품 뒷면에 부착된 주요성분에서 원산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현행 원산지표시법상 주요 성분의 함량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 원산지를 굳이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양봉산물(꿀에서 얻은 물질) 중 하나인 로열젤리 펩타이드는 일본산을 사용했다.

외국산 프로폴리스보다 맛과 효능이 좋고, 산업적 활용도가 높은 순수 국산 기술은 2016년 11월 국내에서 개발(국유 특허 등록)됐다. 국책연기구관인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수용성 프로폴리스는 건강기능성식품이나 가공음료, 치약 등 다양한 상품화가 가능한 원천 기술이다. 가격은 수입산 프로폴리스와 비슷하지만, 품질 하나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용성 프로폴리스라고 연구진은 평가한다.

우순옥 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박사는 "프로폴리스 100㎖당 가격은 5만원 정도다. 이는 수입산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제품의 질은 국내산이 월등히 앞선다"며 "수용성 프로폴리스는 물에 잘 녹으면서도 프로폴리스 특유의 맛과 향을 순화한 게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수용성 플로폴리스 제조 과정과 특징[사진=농촌진흥청 제공]


국내에 이런 기술이 있는데도 제약사들은 원재료인 프로폴리스 등을 해외에서 가져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했다. 이들은 국내에서 프로폴리스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공급처를 찾는 과정 자체가 힘들어 수입산을 썼다고 했다. 일부 제약사는 국책연구기관에서 개발된 프로폴리스의 존재를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국내산 프로폴리스를 신뢰하지 않았다.

한 제약사 직원은 "국유특허로 등록된 국내 프로폴리스 기술이 있었다는 정보는 처음 듣는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프로폴리스가 국내에 있더라도 공급처를 찾기가 어렵고, 원활한 공급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호주나 뉴질랜드에서 만든 프로폴리스가 (국내산보다)좋은 게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수용성 프로폴리스 특허를 발표한 이후 3년이 지났지만, 국내산 프로폴리스 산업화에 대한 진척은 여전히 더딘 모습이다. 정부가 수용성 프로폴리스와 관련한 국유 특허를 개발하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오병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보는 "우수한 수용성 프로폴리스가 개발됐음에도 산업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며 "이런 국유 특허 기술이 국내 제약·바이오, 식품 기업들에 활발하게 이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방안을 세워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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