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2개월 이상 연속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5개월간 여섯 차례 연속 인하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5.25%→2.00%)까지가 마지막이었다. 금리 연속 인하가 이례적인 일임에도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한국 경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기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한국의 수출물량 감소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통관 기준)은 올 1~4월 -6.9%에서 5월 -9.7%, 6월 -13.7%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문제는 하반기 전망이 더 어둡다는 점이다. 일본이 1·2차 '경제보복'에 나서며 한·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갈등이 '환율전쟁'으로 확전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내수 침체 장기화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0%에 머물며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감지된다. 이 총재는 전날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황 변화에 따라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악화일로에 빠진 국내 경제에 '긴급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아직은 10월이나 11월 금통위 때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금리 인하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같은 달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 그 이후에야 한은이 움직일 것이란 분석이다.
허태오 삼성선물 책임연구원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까지 금리를 내린다면 한은의 정책 여력이 소진되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재정 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이달 말 나오는 내년도 예산안을 우선 지켜본 후, 4분기에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내수 경기가 가라앉았고 투자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자산 쏠림현상 심화, 외환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한은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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