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차바' 악몽에 시달리던 40대 울산 소방대원 결국 주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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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박동욱 기자
입력 2019-08-08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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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전봇대 붙잡고 있다가 강물 휩쓸린 고 강기봉 소방교에 대한 죄책감 못 이긴 듯

지난 2016년 10월5일 순직한 고 강기봉 소방교 장례식장 모습. [사진=국민안전처 제공 자료사진]

지난 2016년 10월 태풍 '차바'가 울산을 덮쳤을 당시 강변에 고립된 차량 탑승자를 구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불어난 강물에 후배 소방관이 떠내려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40대 소방대원이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8일 울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저녁 울산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40대 소방대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가족으로부터 귀가하지 않아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은 소방서 동료들은 A씨가 갈만한 곳을 찾아나섰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어린 자녀들과 아내가 있는 A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16년 10월5일 이후 동료이자 친동생같이 아꼈던 고(故) 강기봉(당시 29세) 소방교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A씨 가족의 연락을 받은 동료들이 급거 수색에 나선 것도 평소 A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만 살아남아서 기봉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A씨의 극단적인 선택 이유를 짐작하며 슬픔에 빠져있던 동료 소방대원들은 소방서 캐비닛에 있던 유품을 정리하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장탄식과 함께 금방 눈물을 터뜨렸다. 

캐비닛 속에는 3년 전 태풍 차바 때 숨진 고 강기봉 소방교의 근무복 상의가 반듯하게 걸려 있었다. 강 소방교는 2016년 10월5일 낮 "고립된 차 안에 사람 2명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회야강변 울주군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가,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A씨와 함께 전봇대를 붙잡고 사력을 다하던 강 소방교는 다음날 낮 숨진 채 발견됐다.

한편 A씨가 소속된 소방서와 울산소방본부는 A씨의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순직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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