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 완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말 오사카에서 맺은 휴전협상의 일부였다. 양국은 당시 교착상태에 있던 무역협상 재개를 선언하면서,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입을 확대하고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5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제한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렸는데, 국가안보에 우려가 없는 제품에 한해서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수출 면허를 발급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달 말만 해도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기업들로부터 접수된 화웨이와의 거래 재개 요청에 다음 주까지 응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주일 사이 분위기가 반전됐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하여, 백악관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입 중단 발표 후 화웨이에 대한 수출 면허 발급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의 엄격한 화웨이 제재가 계속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입 중단과 위안화 약세 용인으로 맞불을 놓으며 미·중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고 중국은 희토류 공급 중단을 시사하는 등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하루 전 미국은 오는 13일부터 연방정부기관이 화웨이와 ZTE 등 중국 업체의 통신·감시장비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 사이 기업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세계 최대 반도체 구입사이기도 해서다. 화웨이는 지난해 700억 달러(약 83조5000억원) 규모의 반도체를 구입했는데, 이 가운데 인텔, 퀄컴,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사들인 게 110억 달러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미국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신속한 수출 면허 발급을 요구하는 로비를 벌여온 이유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이유로 실적 부진 경고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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