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회장은 지난 7일 서울 내곡동 신사옥에서 월례조회를 열고 임직원 700여명에게 아베 일본 총리 두둔과 문재인 대통령 비난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보여줘 구설에 올랐다. 조회에서 상영된 영상에는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을 때리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고,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7달러에 성매매에 나서는데 한국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콜마는 9일 오전 사과문을 내고 한일관계 악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환경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특정 영상을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한국콜마는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되어서는 안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현상황을 바라보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 언급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 주가는 각각 전날보다 8.56%, 4.48% 하락 마감됐다. 오너 리스크의 단면이다.
윤 회장은 월급쟁이 출신의 성공한 도전자, 사람과 역사 중심 경영인으로 알려졌다. 농협과 대웅제약을 거치며 경영인의 꿈을 키운 그는 1990년 일본콜마와 합작해 한국콜마를 세웠다. 1993년 국내 최초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방식)을 도입한 한국콜마는 직접 연구 개발(R&D)한 기술을 가진 상태에서 거래처 주문을 받는다. ODM은 화장품 부문 매출의 95%를 차지한다. R&D가 주력인만큼 연구 인력만 지난해 기준 350여명에 달한다. 전체 직원의 30% 수준이다. 윤 회장은 지난해 경제 방송에 출연해 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원칙을 견지한다고 밝혔다.
역사를 회사 경영의 지침서로 삼는만큼 관련 활동도 적극적이다. 윤 회장은 일본에 유출됐던 수월관음도를 25억원에 구입해 2016년 국립박물관에 기증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전파기 위해 그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재단을 세워 운영중이다. 최근에는 충무공의 조력자 정걸 장군에 대한 책도 출간했다. 한국콜마는 업계 최초로 신입사원 채용 시 한국사 자격증에 가산점을 준 일로 유명하다. 임직원은 의무적으로 한해 책 6권을 읽고 독후감도 써야 한다. 윤 회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독후감 미제출자는 승진 보류를 포함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한편 연말에 우수 독후감 시상식을 연다고 말했다.
이처럼 그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과 경영철학, 이미지는 이번 구설로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을 정도로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유튜브 논란은 일본의 무역보복과 광복절을 한 주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애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서 일본과 인연이 깊은 회사라는 점도 악재가 될 공산이 크다.
우보천리(牛步千里・소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를 경영철학으로 삼은 윤 회장에게 이번 논란은 그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역사로 쓰이게 됐다. 그는 평소 “많은 사람이 오래 머물고 꿈을 갖고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기업인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월례조회 이후 한국콜마는 여전히 꿈과 가치 실현을 위해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인가. 이번 해명의 진실성은 한국콜마 임직원의 가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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