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금융위원장으로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이 지명됐다. 은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와 일본의 경제보복 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혁신금융을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 후보자의 당면 과제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 등 적기 금융지원이다. 더불어 일본의 보복이 금융분야로 확전될 가능성을 감안해 대비책 역시 강구해야 한다.
현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결정된 직후 '일본 수출규제 대응 간담회'를 열어 국내 피해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은 후보자는 전임 최 위원장의 방안을 이어받는 동시에 상황에 따라 추가 지원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의 움직임도 은 후보자에게 주의해야 할 지표다. 일본계 은행·저축은행·대부업체의 국내지점의 여신, 일본 투자자가 보유한 국내 채권·주식 등은 52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금융위는 일본이 금융분야에서 보복을 행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보복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일본의 행보는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일본 외에도 미중 무역분쟁과 환율전쟁으로 흔들리는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5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영향으로 코스피지수가 장중 1900선을 하회했고, 원·달러 환율 역시 심리적 저항선인 1200원 이상 급등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정확한 상황 판단과 그에 맞는 적절한 정책 대응은 은 후보자 취임 이후 핵심 업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인 혁신금융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기를 맞아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혁신금융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실제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해 금융위 소관 규제는 물론 다른 부처의 규제까지 풀어주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운영된 결과 37건의 제품·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출시 과정을 밟고 있다. 은 후보자는 이들 혁신금융서비스를 무사히 시장에 안착시켜 금융산업 발전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계속해서 혁신금융서비스를 발굴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우선 오는 10월 다시 시작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부터 은 후보자의 금융혁신 정책 추진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에도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신청을 받았으나 신청자를 모두 돌려보낸바 있다. 금융 및 핀테크업계에서는 하반기 신규 인가 때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지 주목하고 있다.
은 후보자 자신도 금융시장의 안정과 혁신을 가장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9일 기자들과 만나 가장 역점을 둘 정책으로 '금융시장 안정 속에서의 혁신'을 꼽았다.
은 후보자는 "가계와 소비자, 금융 산업의 세 가지 중요한 요소의 균형과 안정을 중시하겠다"며 "그 안정 속에서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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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9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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