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화종합화학컨소시엄 관계자는 "보통 승소 가능성이 높은 경우 즉시 가처분 신청을 걸고 본 소송으로 간다"며 "메리츠종합금융 측에서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실제 소송은 하지 않고 언론에 불복 입장만 거듭 노출하고 있는 것은 법률 싸움으로 가면 승소 가능성이 낮다는 걸 본인들도 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 측은)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진행한 만큼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이 입찰 탈락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며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메리츠종합금융 컨소시엄이 서둘러 입장을 정리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화컨소와 메리츠컨소의 갈등은 코레일이 지난 7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화컨소를 선정하며 촉발됐다. 메리츠컨소는 입찰에 참여한 3개 컨소시엄(한화종합화학컨소시엄·삼성물산컨소시엄·메리츠종합금융컨소시엄) 가운데 가장 높은 입찰가를 써냈음에도 한화컨소가 선정된 데 불복하고 있다. 코레일은 입찰사 자격 검토 과정에서 메리츠컨소가 관계법령 위반 등으로 '자격미달' 판정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쟁점이 되는 '관계법령'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다. 금산법 제24조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소유하고 동일계열 금융기관이나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속하는 기업집단이 그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메리츠컨소 측은 차순위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삼성물산컨소 역시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분이 20%를 훌쩍 넘는데도 코레일이 삼성물산컨소엔 금융위 사전승인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코레일이 입맛대로 금산법 적용대상을 정한 것 아니냔 논리를 편다.
그러나 한화컨소 측은 메리츠컨소가 전체 지분율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금산법은 무의결권 주식과 의결권 주식을 합쳐 20% 이상인 경우가 아니라,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이 20% 이상인 경우 금융위 사전승인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화컨소 관계자는 "메리츠금융그룹은 총 지분율이 45%에 달해 무의결권 주식을 상법이 허용하는 최대치(25%)까지 발행해도 의결권 있는 주식은 20%가 돼 금융위 승인 대상"이라며 "반면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무의결권 주식을 상법이 허용하는 최대치(25%)까지 발행하면 의결권 있는 주식이 14.7%까지 떨어져 금산법을 적용받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도 구멍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산법을 자세히 뜯어보면 의결권 주식이 20%를 넘지 않더라도 '동일계열 금융기관이나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속하는 기업집단이 그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금융위 사전 승인이 필요해서다. 금산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식 소유 비율이 제1위에 해당할 것 △주식의 분산도로 보아 주주권 행사에 의한 지배관계가 형성될 것, 두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사실상 지배'가 인정된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지분율은 39.7%로 삼성물산컨소의 주관사인 삼성물산(36.2%)보다 3.5%포인트 높다.
한화컨소는 메리츠금융그룹이 무의결권 주식을 최대로 발행해 의결권 있는 주식을 20%까지 낮추면, 메리츠컨소 내 지분율이 25.5%인 STX가 최대 의결권을 갖게 돼 실질적 사업주관사가 돼버린다는 점에서 "메리츠종금이 '위장주관사'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도 주장한다.
한화컨소는 STX가 실질적 사업 주체임에도 주관사 자격을 충족하지 못했기에 메리츠컨소가 메리츠종금을 주관사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편다. STX는 신용등급이 C에 불과하고 자본 총계도 공모지침상 주관사 자격(500억원)에 미달한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공모지침 제11조 5항에 따라 사업 신청부터 사업 준공 시까지 사업주관사 변경이 불가하다"며 "사업주관사가 금산법을 회피하기 위해 의결권 있는 주식을 구성원보다 낮추면 최대 의결권을 가진 회사가 바뀌게 돼 공모지침서상 사업주관자로서의 자격에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은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와 장기적 임대운영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주관사 자격을 충족하지 못한 STX가 실질적 사업주관자로 바뀌면, 이 같은 부분에서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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